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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오래오래 한국 살고 싶다”던 딸…일본인 희생자 부모 입국

등록 2022-10-31 12:50수정 2022-11-01 14:46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일본인 도미카와 메이(26)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일본인 도미카와 메이(26)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딸이 한국을 정말 좋아했어요. 좋아서 간다고 하니까 반대하지 않았죠. 놀러 오라고 하더니…”

홋카이도 네무로시에 살고 있는 도미카와 아유무(60)는 30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한국에서 유학 중이던 딸 메이(26)가 29일 밤 154명이 사망한 서울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었다는 연락이었다.

도미카와는 이날 오전 뉴스를 보고 이태원 참사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사고 사실을 알고 (딸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현장에 있었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딸이 전화를 받지 않자 시간이 좀 두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저쪽에서 응답한 이는 딸이 아닌 한국 경찰관이었다. 그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 메이의 핸드폰이 떨어져 있었다고 했다. 아버지는 그때 ‘딸이 사건에 휘말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딸이 무사하기만을 기도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오후 5시 넘어 일본 정부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일본인 희생자 2명 중 한 명이 메이로 확인됐다는 얘기였다.

메이는 고등학생 때부터 한국을 좋아했다. 삿포로에서 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도쿄에서 웹디자인과 악세사리 제작 등의 일을 했다. 직접 만든 목걸이와 귀걸이 등을 온라인에서 팔았다. 평소 좋아하던 한국어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위해 지난 6월 서울 유학을 단행했다. 주변 친구들에겐 ‘기회가 된다면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버지에겐 한국에서 새 친구도 사귀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사고 당일엔 ‘프랑스인 친구와 함께 외출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메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자기소개 항목에는 ‘한국유학 2022년 6월부터/악세사리 디자이너/카페/여행/노래/케이(K)팝’이라고 적혀 있다. “한국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다”던 메이는 한국 생활을 시작한 지 겨우 4개월 만에 참사를 겪게 됐다.

아버지 도미카와는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인터뷰에서 “유학가기 전부터 계속 한국어 공부를 했다. 한국에서 찍은 다양한 카페 사진도 보내줬다. 딸이 빨리 보고 싶다”며 힘겨워했다. 그는 31일 오전 딸을 만나러 한국으로 출발했다.

주한 일본대사관은 30일 이태원 참사로 일본인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희생자는 10대 여성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외무성은 영사국장을 중심으로 대책실을 설치해 피해자 유족을 지원하고 정보 수집을 이어갈 예정이다. 주한 일본대사관에는 아이보시 고이치 대사가 지휘하는 대책본부를 마련하기로 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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