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겨냥한 4개국 안보회의체 ‘쿼드’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 인도,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해군이 지난해 10월 인도양의 벵골만에서 말라바르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일본 방위성이 올해 <방위백서>에 북한·중국 등 주변국의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하는 ‘반격 능력’을 처음으로 명시했다. 방위비 증액을 설명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도 새로 넣었다. 독도 영유권 주장은 18년째 계속됐고, 독도 방위 훈련을 비난하는 내용은 2년 연속 담겼다.
일본 정부는 22일 열린 각의(국무회의)에서 2022년판 <방위백서>를 채택했다. 올해 <방위백서>에선 처음으로 기존에 ‘적 기지 공격 능력’으로 불렸던 ‘반격 능력’이 기술됐다. 백서에는 “일본 주변에선 극초음속 활공무기나 변칙궤도로 비상하는 미사일 등 기술이 급속히 진화하고 있다”며 “요격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만으로 국민의 생명을 지켜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의식 아래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지난 5월 일-미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반격 능력을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서술했다. 일본 정부가 올해 개정할 예정인 외교·안보 정책의 기본방침인 국가안보전략 등에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반격 능력’으로 명칭을 바꿔 반영시키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방위비 증액과 관련해서도 백서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 가맹국은 2024년까지 국내총생산의 2% 이상 국방지출을 달성하는 것에 합의했다”는 부분을 새로 넣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자민당의 제언을 받아 ‘나토의 사례’를 언급하며 “5년 이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한다”는 내용의 ‘경제·재정 운영과 개혁 기본방침’을 결정했다. 자민당은 방위비를 ‘5년 이내 2배 이상’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도 처음으로 기술됐다. 대만 쪽이 분석하는 ‘대만 유사(전쟁) 시나리오’가 담겼고, 대만과 관련한 내용은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분량이 늘었다. 백서에는 중국이 △연습 명목으로 군을 중국 연안에 집결시켜 대만 민중의 패닉을 일으킨 뒤 △미사일과 사이버, 양방에서 중요 시설을 공격하며 △상륙작전으로 제압한다는 내용이 서술됐다. 백서에는 “대만을 둘러싼 정세의 안정은 일본의 안보나 국제사회의 안정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해서는 같은 이름의 별도의 장을 만들어 13페이지에 걸쳐 해설했다. 일본은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를 포함한 국제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도 영유권 주장은 반복됐고, 지난해에 이어 독도 방위 훈련을 비난하는 내용이 실렸다. 일본은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 영토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존재한다”고 기술했다. 2005년 이후 18년째 억지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방위 당국의 부정적인 대응으로 2018년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비행 문제(일본은 한국 구축함이 자위대 초계기에 화기 관제 레이더를 가동했다고 주장),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통보 논란도 언급했다. 다만, 백서에는 “일-한 양국을 둘러싼 안보 환경의 엄중함과 복잡함이 더해가는 가운데 일-한 협력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는 내용을 새로 추가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에서 “(일본이)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 국장대리(심의관)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하야시 마코토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대리(정무공사)를 초치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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