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도쿄/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측근으로 방위비 증액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시마다 가즈히사 방위성 사무차관이 물러났다. 아베 전 총리 쪽과 방위성은 연임을 희망했지만, 총리관저가 교체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일 “일본 정부가 17일 열린 각의(국무회의)에서 시마다 차관을 물러나게 하고, 후임으로 스즈키 아쓰오 방위장비청 장관을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올해 예정된 국가안보전략 등의 개정을 앞두고 방위성 내에선 연임이 당연시됐다”며 “파문을 일으킨 인사”라고 덧붙였다.
시마다 전 차관은 2012년 12월부터 2019년 7월까지 당시 아베 총리의 비서관으로 근무했고, 2020년 8월 방위성 사무차관에 임명됐다. 시마다 전 차관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일본의 방위비를 2% 이상 증액하기 위해 정부 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국가안보전략 개정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전 총리 쪽이나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계속성’의 관점에서 시마다 차관의 연임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총리관저가 이를 거부한 것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차관) 교체는 총리관저 주도로 결정됐다. ‘차관 임기는 2년이 통례’라는 것이 이유였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인사에 일본 정부 안팎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방위성 간부의 말을 인용해 “아베 전 총리와 시마다 차관이 가까운 것은 모두 알고 있다. 관저가 면밀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아닌가”라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시마다 차관의 교체는 아베 전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총리 사이에 대립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 방위비 5년 이내 국내총생산의 2% 증액을 놓고 기시다 총리와 아베 전 총리 사이엔 불편한 감정이 있는 상태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7일 결정된 일본의 향후 경제·재정 정책의 핵심적인 방향을 정리한 ‘경제·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 2022’에서 방위비와 관련해 ‘5년 이내’ 등 구체적 수치를 초안에 담지 않았다. 이에 아베 전 총리가 강하게 비판에 나섰고, 결국 수정안에 ‘5년 이내’, ‘국내총생산의 2%’ 등 구체적 목표치가 명시된 바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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