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방위비를 5년 이내 두 배 이상 늘리고, ‘적기지 공격 능력’을 명칭을 바꿔 ‘반격능력’을 보유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참의원 선거 공약을 발표했다. 7월10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보여 하반기부터 일본 방위정책을 뿌리부터 흔드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조회장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결단과 실행, 일본을 지킨다, 미래를 만든다’는 구호를 내건 참의원 선거 공약을 발표했다. 7개 분야로 나뉜 공약에서 가장 첫 번째로 내세운 것은 ‘외교·안보 정책’이다.
자민당은 공약에서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 증액을 목표로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내년부터 5년 이내에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에 필요한 예산 수준의 달성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일본의 방위비는 본예산 기준 5조4005억엔(약 52조원)으로 국내총생산의 0.94%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 2%로 올리기 위해서는 추가로 5조엔 이상이 필요하다.
북한·중국 등 주변국의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하는 ‘적기지 공격 능력’을 ‘반격 능력’으로 용어를 바꿔 보유해야 한다는 내용도 공약에 담겼다. 자민당은 이에 대해 “탄도미사일 공격을 포함해 무력 공격에 대한 반격 능력을 보유함으로써 공격을 억제하고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적기지 공격 능력’에서 이름만 바꾼 ‘반격 능력’을 갖추게 되면 일본이 직접 북한 등을 타격할 수 있게 된다. 일본이 이런 능력을 갖추는 것은 평화헌법이 규정하는 ‘전수방위’(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위력을 행사하고, 그 범위도 필요최소한에 그치는 것) 원칙과 어긋나는 것이다. 본격적인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자민당이 적잖은 재정 부담과 전수방위 원칙 파괴 등 여러 논란에도 이런 내용을 공약집에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어서다. 일본 언론의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안보 위협을 느끼는 일본인 절반 이상이 두 정책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헌법 9조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안과 관련해선 “국민이 주체적으로 의사 표시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해 ‘일본국 헌법’ 개정을 조기에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중의원 때 공약인 “실현을 목표로 한다”보다 표현 수위가 강해졌다. 자민당뿐 아니라 야당인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도 개헌에 찬성하고 있어 선거 뒤 개헌 발의가 가능한 중·참의원 양쪽 모두에서 3분의 2의 의석 확보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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