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시나가와구 한 슈퍼에서 손님들이 물건을 사고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일본 정부가 식품·에너지 등 전방위적으로 물가가 오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전담 조직을 만들어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5일 오후 정기국회 폐회에 맞춰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물가 급등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물가·임금·생활 종합대책본부를 설치해 물가 억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날 밀·전기·사료 등 일부 품목에 대한 대책을 우선적으로 발표했다. 빵과 면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수입 밀 가격이 30% 상승했지만 ‘가격 통제’에 나서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오르기 전 가격으로 제분 회사에 팔아 가격을 억제하겠다는 생각이다. 일단 9월까지 시행하고, 10월 이후에도 밀 가격이 오르면 가격 통제도 계속 하기로 했다. 일본은 밀을 90%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가가 매입해 제분 회사 등에 매도하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공급면에서는 재생가능 에너지를 확대하고 원전을 재가동 하겠다고 밝혔다. 수요 면에서는 에너지 절약과 절전 등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고기·소시지 등 가격에 영향을 주는 사료비 급등을 완화하기 위해 생산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그밖의 물가 정책은 종합대책본부에서 검토해 발표하기로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7월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기시다 총리가 물가가 급등해 국민생활을 압박하면서 불만이 확산되는 사태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엔화 약세’를 방어할 금융정책에 대해서는 당분간 기존 ‘제로금리’ 정책을 고수할 생각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강력한 금융완화를 계속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일본은행은 16~17일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회의를 연다. 기시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금융정책은 일본은행이 판단하는 것이지만 지속적·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지속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이 고수하는 ‘저금리’ 정책 유지에 동의한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원유·곡물 등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급등에다 엔저까지 겹치면서 일본은 식품·전기·가스·교통 등 소비자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오르고 있다. 식품은 이달 기준으로 6000여개 품목의 가격이 올랐다. 지난 4월 일본 소비자물가지수는 2.1%(신선식품 제외) 올라 2015년 3월 이후 7년 1개월 만에 최고치로 집계됐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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