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현재 국내총생산의 1% 수준인 방위비를 5년 이내 두 배 이상 증액한다는 내용을 정부 정책에 명기했다. 향후 방위비 증액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7일 각의(국무회의)에서 방위비 증액 등의 내용이 담긴 일본의 향후 경제·재정 정책의 핵심적인 방향을 정리한 ‘경제·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 2022’를 결정했다. 기본방침에는 지난달 22일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상당한 증액을 확보할 결의를 표명”한 방위비에 대해 “예산편성 과정에서 검토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내용을 처음으로 명기됐다. 방위비 증액이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실제 예산으로 편성되도록 절차를 밟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방침에는 방위비 증액의 구체적인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이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목표치를 제시했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2% 이상 증액하겠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올해 일본의 방위비는 본예산 기준 5조4005억엔(약 50조8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의 0.96% 수준이다. 5년 안에 방위비를 100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려면 매년 상당 폭의 증액이 필요하다. 일본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환경이 한층 엄중해지고 있다”며 “새로운 국가안보 전략 등의 검토를 가속화 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번 기본방침에 ‘5년 이내’, ‘국내총생산의 2%’ 이상 등 방위비 증액과 관련한 구체적 수치가 명시된 것은 자민당 내 치열한 권력 투쟁의 결과물이다. 애초 기시다 총리는 기본방침 초안에서 구체적 목표 수치를 넣지 않았다. 필요한 무기 등을 검토한 뒤 예산을 정해야지 액수부터 표시하면 국민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31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방위비와 관련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숫자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국민의 생명과 삶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나토의 국방예산 국내총생산의 2% 이상 증액 예시도 각주에 있던 것이 이번에 본문으로 올라왔다.
<지지통신>은 이와 관련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난 2일 ‘아베파’ 모임에서 정부 기본방침 중 방위비와 관련해 “목표 규모나 시기를 밝히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을 했다고 전했다. 결국 ‘5년 이내’를 명시한 수정안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자민당 관계자는 “아베 전 총리와 대립하면 정권이 불안정해진다. 기시다 총리가 참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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