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때 악수를 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 ‘안보 불안’이 커지면서 방위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일본 내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방위비(국방예산)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늘리자는 정책에 일본 국민 절반 이상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7~29일 여론조사(응답자 935명)를 실시한 결과, ‘자민당이 (중국·북한 등) 상대방의 미사일 발사기지나 지휘통제 기능을 공격하는 반격능력 보유를 검토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응답자의 60%가 찬성한다고 답했다고 30일 보도했다. 반대 의견은 30%에 그쳤다. 지난해 9월엔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대해 찬성이 44%로 반대(47%)보다 낮았는데, 8개월 만에 찬성 비율이 16%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다만 이 신문은 올해 질문에선 자민당이 사용하는 ‘반격 능력’으로 명칭을 바꿔 조사했다.
방위비를 현재 국내총생산의 1% 수준에서 2% 이상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찬성이 56%로 반대(31%)보다 높았다. 미-중 갈등의 최전선에 있는 ‘대만 유사사태(전쟁)’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비해 일본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엔 응답자의 50%가 ‘지금의 법률 범위에서 가능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답했고, ‘법 개정도 포함해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응답도 41%에 달했다. ‘대비할 필요가 없다’는 4%에 불과했다.
기시다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겨냥해 억제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서도 응답자의 61%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정적 평가는 21%에 머물렀다.
이 같은 여론 덕에 방위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도 66%를 기록해 지난해 10월 출범 뒤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코로나19가 진정된 것과 기시다 총리가 외교·안보에 대해 잘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 같은 지지율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은 오는 7월10일 예정된 참의원 선거 공약에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방위비 증액 등의 내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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