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방어할 것이라는 군사적 개입 의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잇따라 주장했다.
19일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 정책은 끝나야 한다’는 아베 전 총리의 기고가 실렸다. 아베 전 총리는 이 글에서 우크라이나와 대만을 둘러싼 정세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미국의 모호성 전략은 베이징이 미국의 결의를 우습게 보도록 하고 대만에겐 불안을 안겨, 인도·태평양 지역에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전 총리는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을 가지면서 언제, 어떤 조건으로 대만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숙고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미국은 러시아 침공 뒤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투입하지 않겠다고 했고, 대만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은 중국이 군사력에서 미국에 훨씬 뒤져있는 동안 매우 유용하게 작용했지만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하면서 ‘대만관계법’을 만들어 대만에 방어 무기를 제공하고 중국의 침공 등 유사시 대만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미국이 실제 군사개입을 할지에 대해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아베 전 총리의 기고는 지난 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도 실렸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17일 후쿠시마현 자민당 모임 강연에서도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 정책은 위험하다. 미국이 대만을 방위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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