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총리는 지난 19일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총리 관저 누리집 갈무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인도·캄보디아 총리를 잇따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반러 전선’에 대해 아세안은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인도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20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훈센 총리와 2시간 가량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무력사용을 즉시 중지하고,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군대를 철수하라”는 공동성명을 냈다. 러시아를 겨냥한 내용이지만 정작 성명에는 ‘러시아’라는 국가명은 들어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기자단을 만나 “모든 나라가 같은 일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훈센 총리는 기시다 총리를 만나기 전인 지난 1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회담을 했다. 중국 외교부는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균형과 형평성을 견지하고,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데 일치했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인도에 이어 캄보디아를 방문한 것은 러시아 포위망의 구멍을 줄이고, 협력 국가를 늘리기 위해서”라며 “아세안의 대러 비판은 애매하다”고 전했다.
아세안 10개 회원국은 러시아·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거나 영토 문제 등 갈등을 겪고 있는 국가도 있어 일치된 외교 방침을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다. 아세안 국가들은 지난달 외교장관 명의로 낸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성명에서 ‘비난’ 대신 ‘우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그쳤다. 지난 2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러시아 비난 결의안에도 베트남과 라오스가 기권한 바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9일엔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들도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즉각적인 폭력 중단을 요구한다”고 밣혔지만 ‘러시아’라는 국가명은 사용하지 않았다. 인도는 지난 3일 미국·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가 모인 4자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담에서도 ‘반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인도가 ‘반러 전선’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은 러시아와 안보·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이토 도오루 방위대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중국과 국경을 접하는 인도의 안보상 우려는 바다보다 육지에 있다”며 “러시아와 역사적 유대 등 인도쪽의 사정을 이해하지 않고 경제 제재 동조 등을 강요하면 반대로 ‘쿼드’의 보조가 흐트러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스콧 모리슨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는 21일 모디 총리와 온라인 정상회담을 갖는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도 ‘반러 전선’에 협력을 요구하기 위해 이달 중 인도를 방문할 예정이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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