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철강에 부과하고 있는 관세를 4월1일부터 일부 면제하겠다고 7일 발표했다. 중국의 부상에 맞서 미-일의 경제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양자 사이의 ‘껄끄러운 현안’을 서둘러 털어낸 모양새다.
미-일 양국 정부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어 “각각의 기간 산업인 철강 및 알루미늄 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에 따라 미국은 4월부터 일본산 철강제품 54개 품목, 연간 125만t에 대해 현재 적용 중인 25%의 고율 관세를 없애게 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인 2018년 3월 ‘국가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일본·유럽연합(EU)·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라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갈등을 일으킨 바 있다.
동맹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월 출범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적과 동지’의 구분 없이 전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인 과정에서 남긴 이 유산을 정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후 양자 협상을 통해 지난해 10월 유럽연합, 이날 일본과 갈등 해소를 위한 첫 조처를 취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가장 신뢰하는 동맹 중 하나인 일본과 관계에서 가시처럼 박혀 있는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며 “주로 중국이 일으키고 있는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동맹국과 대결이 아닌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양국 간 관세 분쟁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일본은 관세의 ‘완전 철폐’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125만t까지 수출은 허용하되 이를 넘어서는 물량엔 이전처럼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 상무부 자료를 보면, 고율 관세가 부과되기 전인 2017년 일본의 대미 철강 수출은 연간 170만t이었지만, 이후인 2018~2019년 평균은 125만t으로 줄었다. 대미 수출이 줄어든 때를 기준으로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또, 알루미늄 제품에 적용되는 10% 관세는 그대로 남게 됐다.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상은 8일 담화에서 “일본은 232조에 의한 관세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에 맞지 않아 완전 해결을 요구해왔다. 이번 미국의 대응이 해결을 향한 한 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유럽연합을 탈퇴한 영국과도 협상을 별도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2018년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택한 한국은 아직 협상을 시작조차 못 하고 있다. 쿼터제의 영향으로 2015~2017년 연평균 383만t이던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200만t대로 크게 줄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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