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내년 4월 가입 신청을 추진하고 있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대해 “한국은 시피티피피가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가입 조건을 충족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가입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일본 여론을 달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여 본부장은 28일치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한국은 57개국과 17개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시장개방과 규칙 수준을 높여왔다. 시피티피피는 8년에 걸쳐 연구·준비를 하고 있다”며 가입을 둘러싼 추후 협상에서 한국이 협정의 요구를 충분히 맞출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시피티피피의 관세 철폐율은 최대 96%로 시장 개방도가 매우 높고, 지식재산권 보호, 전자상거래 등에서도 높은 수준의 요구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 협정에 가입하려면 올해 의장국인 일본을 비롯해 기존 11개 회원국 모두의 찬성이 필요하다.
여 본부장은 이 점을 의식해 한국이 가입하는 것이 한-일 양국에 이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밝혔다. 그는 “최근 몇년 동안 한-일 관계가 냉각됐지만 일본 기업의 한국 투자는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지난해를 제외하고 늘고 있다”며 “기업과 시장은 한-일의 경제 서플라이 체인(공급망)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의) 시피티피피 가입으로 (한-일) 협력이 한층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참가국이 많을수록 각국이 받는 혜택도 커진다. 한국은 반도체, 전기차, 전지에서 높은 (세계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며 한국의 가입으로 “역내 공급망이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시피티피피 가입 과정에서 농업 분야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가장 어렵고 중요한 부분”이라고 인정하면서 “정부가 농수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협정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최근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경제적 영향에 대해서도 한-일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미국이냐, 중국이냐 양자택일을 강요당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일본도 마찬가지”라며 “한-일이 힘을 합쳐 건설적인 목소리를 높이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안보 전략회의를 열고 문재인 정부 임기 내인 내년 4월에 시피티피피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머리발언에서 “가입을 위한 여론 수렴과 사회적 논의 등 관련 절차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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