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9~10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여는 ‘2021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안면인식 등 감시 기술의 수출규제를 논의하기 위한 협의 틀을 제안할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이 이 기술을 이용해 인권을 침해하는 감시 기술로 악용하지 못하게 막겠다는 의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일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수출관리·인권이니셔티브’라는 이름의 새로운 틀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틀에서는 감시 기술이 권위주의 국가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수출규제 등의 내용을 검토하게 된다. 논의 대상으로 꼽히는 것은 감시카메라, 안면인식 기술, 스마트폰으로부터 정보를 빼내는 스파이웨어 등이다. 미 국무부가 ‘민주주의 정상회의’ 의제로 밝힌 △권위주의에 맞선 민주주의 수호 △부패 해소 △인권 촉진 등의 연장선 차원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은 자국에서 생산한 반도체 등이 중국의 감시 시스템에 사용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예컨대 감시카메라를 제조하는 대기업인 중국 항저우의 하이크비전에는 미국산 반도체를 수출하지 않는다. 미 상무부가 2019년 10월 신장위구르 자치구 내 위구르족 소수민족의 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장비를 중국 당국에 공급한 혐의가 있다며 ‘엔티티 리스트’(블랙리스트)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또 사이버 관련 제품을 중국이나 러시아로 보낼 때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에 근거한 수출관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뜻을 함께하는 국가들과 비공식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출 금지의 기준을 만들고 이것을 기초로 참여국은 국내법에 근거해 규제를 만들어 나가게 된다. 전쟁에 사용될 수 있는 물자의 수출을 통제하기 위한 국제조직인 ‘바세나르 체제’(WA) 소속 국가들의 참여를 유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한국, 일본 등 4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이 주요 참가국으로 기대하는 일본은 어려운 처지”라며 “일본의 수출관리는 인권침해 저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중국에 대한 규제를 엄격하게 하면 자국 기업의 매출에 영향을 주고 보복당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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