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폐막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EPA/연합뉴스
“일본은 2030년 이후에도 석탄발전을 계속 사용할 것이라는 나쁜 이미지가 붙었다.”
일본이 지난 13일 폐막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 합의’ 서명에 동참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이런 평가가 나왔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5일 보도했다. 한국 등 46개 국가·지역이 지지한 이 안은 선진국의 경우 2030년대,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세계 전체로는 2040년대까지 석탄발전을 폐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40%가 석탄에서 나오고 있는 만큼, ‘석탄발전 폐지’는 이번 총회의 핵심 과제였다. <로이터> 통신도 “1990년대 ‘교토의정서’로 기후변화 선진국으로 꼽히던 일본이 이번 총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서명에서 빠진 것을 비판했다.
탈탄소와 탈원전이라는 두가지 난제를 해결하면서 안정적인 에너지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도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다. 이번 총회에서 현실론을 내세워 일본이 탈탄소에 주춤거리는 모습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에도 고민을 던져 주고 있다.
일본이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에도 석탄발전 폐지에 서명을 하지 못했던 것은 2030년 이후에도 주요 에너지원으로 유지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22일 결정한 제6차 에너지 기본계획을 보면, 2030년 석탄 발전은 19%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32%에서 크게 낮은 수치지만 여전히 전체 에너지원에서 5분의 1을 석탄 발전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경제산업성 간부는 ‘석탄발전 19%’에 대해 “더 이상의 양보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등 사실상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했다.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어느 정도 석탄발전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도 <로이터> 통신에 “자원이 부족하고 바다로 둘러싸인 일본에는 한가지 완벽한 에너지원이 없다”며 “이 때문에 일본은 석탄발전 단계적 폐지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석탄 폐지’ 대신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겠다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주장은 오히려 구설수에 올랐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2일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연설에서 “아시아 각국이 화석연료를 암모니아, 수소 등 ‘제로 에미션’(온실가스 배출 제로) 화력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하겠다”며 향후 5년 동안 최대 1조1000억엔(약 11조원)을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기후행동네트워크’(CAN)는 기시다 총리가 말한 새로운 기술이 아직 불안정하고 비용이 비싸며 수소·암모니아를 제조하는 데 천연가스·갈탄 등이 활용돼 친환경 사업이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도 시대적 흐름에 맞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긴 하다. 현재 18%에서 2030년 36~38%까지 2배가량 늘릴 계획이다. 다만 태양광이나 풍력의 경우 대규모로 지을 만한 장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또 태양광은 야간에 발전할 수 없고, 풍력 등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아 불안정한 측면이 있다. 이런 이유로 일본 정부가 선택한 것은 원전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탈핵 정책’을 뒤집고 원전을 다시 가동하고 있다. 현재 전력 생산에서 6%를 차지하는 원전을 2030년엔 20~22%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새로 증설’이나 ‘재건축’이라고 명기하지는 않았지만 “필요한 규모를 지속적으로 활용해 나간다”고 해 여지는 남겨 뒀다. 2030년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서는 중단됐던 기존 원전을 거의 모두 가동시켜야 가능한 수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원전 재가동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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