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이 5일 도쿄에 기항한 독일 호위함 바이에른의 함장과 대화를 나우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독일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파견한 호위함 ‘바이에른’이 5일 도쿄항에 기항했다. 이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며 군사적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영국·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의 움직임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일본 <엔이이치케이>(NHK) 방송은 5일 해상자위대와 최근 연합훈련을 마친 호위함 바이에른이 이날 오후 도쿄 국제 크루즈 터미널에 기항했다고 밝혔다. 이 함선은 12일까지 도쿄에 머문 뒤 미국·일본 등 5개국이 참여하는 연합 해상훈련에 참여한다. 독일 함선이 일본에 기항하는 것은 20여년 만이다.
에버하르트 소른 독일군 총감(대장)은 이날 도쿄에 기항한 목적에 대해 “인도·태평양 지역은 현재 전력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역의 하나가 됐다. 이 지역에서 세계의 자유·평화·복지 등에 대한 중요 결정이 이뤄진다. 우리 함정을 이 곳에 배치하는 것은 독일이 우리의 공통된 가치를 옹호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중심국가인 독일을 이끄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05년 취임 뒤 무려 12번이나 중국을 방문하는 등 ‘중국 중시 외교’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일방적인 영토 주장을 하고, 신장위구르와 홍콩 등에서 잇따라 인권 문제를 일으키자 서서히 방침 전환을 시도했다. 지난해 9월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외교·안보 방침을 공개하며 ‘규칙에 기초한 질서’ 등의 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방침에서 독일은 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 등과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중의 전략 경쟁이 본격화된 뒤 올해 봄부터 유럽 주요국들의 함선 파견이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앞선 2월 이 지역에 호위함을 파견했고 영국은 아예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을 보내 8월 한국·일본 등과 연합 훈련을 진행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독일 함정이 8월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치되기 위해 자국을 출발한 것은 영국과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의 비슷한 움직임의 뒤를 따르는 것”이라고 평했다.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은 독일 함선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바이에른의 “이번 기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공헌한다는 독일의 강한 결의를 국제 사회에 넓게 보여주는 것으로 크게 환영한다. 독일은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로 양국의 방위 협력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기초가 된다”고 말했다. 바이에른은 11월 중순부터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이행하기 위해 북한에 의한 환적 밀수 등을 감시하는 활동에도 나설 예정이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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