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야스쿠니신사. 도쿄/AF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태평양전쟁 에이(A)급 전범이 합사된 일본 야스쿠니신사에 17일 공물을 바쳤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이날 기시다 총리가 ‘가을 예대제’(가을 큰 제사) 첫날을 맞아 ‘내각총리대신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마사카키’(상록수의 일종인 비쭈기나무)라는 공물을 봉납했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신사에 직접 참배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지지통신>이 전했다.
정부 각료 등을 지내면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나 공물 봉납을 한 적이 없는 기시다 총리는 총리직에 오르며 ‘아베-스가’ 정권의 관례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임 스가 요시히데 총리도 아베 정권의 관방장관을 7년 8개월 동안 지내며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거나 공물을 봉납하지 않았지만, 총리가 된 첫 가을 예대제부터 공물을 보내기 시작했다.
아베 전 총리의 경우 제2차 집권을 시작한 이듬해인 2013년 12월26일 한 차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논란이 되자, 이후 공물만 봉납해 왔다. 퇴임 뒤엔 신사를 꾸준히 참배하고 있다.
도쿄 지요다구에 세워진 야스쿠니신사는 1867년의 메이지 유신을 전후해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본이 일으킨 여러 침략전쟁에서 일왕을 위해 목숨을 바친 246만6천여 명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다. 이 가운데 약 90%는 일본의 태평양전쟁(1941년12월~1945년8월)과 연관돼 있다. 이 전쟁을 처음 시작한 에이(A)급 전범 14명이 1978년 합사 의식을 거쳐 야스쿠니에 봉안됐다. 이 때문에 일본의 현직 총리가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면 일본이 침략전쟁을 반성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돼 주변국들이 반발하는 등 큰 외교적 문제가 되어 왔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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