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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기시다 “분배 없이 성장 없다” 새로운 자본주의 천명

등록 2021-10-05 17:59수정 2021-10-06 02:34

새 총리 첫 기자회견 ‘소득 주도 성장’ 강조
양적완화 기반 아베노믹스 탈피
소득증대 위해 임금인상·복지확대
재원 마련 구상에는 우려 목소리
기시다 후미오 신임 일본 총리가 4일 총리관저에서 첫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이날 강조한 것은 경제 성장을 위해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실현이었다. 도쿄/A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신임 일본 총리가 4일 총리관저에서 첫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이날 강조한 것은 경제 성장을 위해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실현이었다. 도쿄/AP 연합뉴스

“분배 없이 다음 성장은 없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이뤄 국민이 잘살 수 있는 경제를 만들겠다.”

기시다 후미오 신임 일본 총리가 4일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자본주의를 실현하겠다”며 강조한 말이다. 한국에선 한-일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기시다 정권의 외교안보 전략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일본에선 ‘새로운 자본주의’라는 구호 아래 ‘분배’를 중시하는 경제 정책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회견에서 자신이 강조해온 ‘새로운 자본주의’의 모습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경제) 성장은 극히 중요한 정책 테마”라면서도 “과실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으면 소비와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다음 성장도 바랄 수 없다”며 서민·중소기업의 소득 증대를 위한 임금 인상, 복지 확대 등을 통해 함께 경제 성장의 ‘과실’을 나눠 가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9년 가까이 일본 경제를 이끌어온 양적 완화를 기반으로 한 ‘아베노믹스’에서 과감히 탈피해 기시다식 ‘소득 주도 성장’을 추진해 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스즈키 슌이치 신임 재무상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총리로부터)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며 “구체적인 정책 검토를 위해 사령탑이 되는 별도 회의도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견 내용을 보면 기시다식 ‘소득 주도 성장’의 대략적인 방향을 읽을 수 있다. 기시다 총리는 △하청기업 등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성장의 과실을 제대로 분배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하고 △의료·개호(노인요양)·보육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임금을 올리며 △육아 가구에 주거비와 교육비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아베 신조 전 총리는 “강한 경제는 일본 국력의 원천”이라며 △대담한 양적 완화 △경기 부양을 위한 기동적인 재정정책 △투자 촉진을 위한 성장전략 등의 경제정책을 폈다.

물론 아베 전 총리도 사회보장 확대와 임금 인상 등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애초 기대했던 ‘경제의 선순환’은 일어나지 않았다. 엔저를 통해 수출이 늘어나며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은 회복되고 주가는 올랐지만, 물가를 감안한 실질임금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전년보다 못한 해가 많았다.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를 보면, 가구당 소득(중앙값)은 1995년 550만엔(약 5900만원)에서 2018년 437만엔으로 감소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박상준 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경제학)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자민당에서 분배가 중요하다는 흐름은 계속 있어왔다”면서도 “다만 이번에 기시다 총리는 분배를 전면에 걸고 있다. 아베 전 총리와 기조는 확실히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분배를 통한 성장’을 실현할 수 있는 재원이다. 기시다 총리는 국채 발행과 ‘금융소득’에 대한 세율 인상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간다는 구상이다. 일본의 근로소득세는 최대 세율이 45%인 누진세가 적용되지만, 주식 매각 이익이나 배당에 매기는 금융소득세는 일률로 20%다. 금융소득은 부유층에 몰려 있는 만큼, 이를 올려 세수 확보와 격차 해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아사히신문>은 “고령화 등 해마다 사회보장 예산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더해) 총리의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은 거액”이라며 “금융소득 과세는 소비 증세 등에 견줘 세수가 적고, 주식 투자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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