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총리(왼쪽)와 아마리 아키라 당 세제조사회장. 아마리 누리집 갈무리
일본의 차기 총리를 예약해둔 기시다 후미오 신임 자민당 총재를 떠받치게 되는 당과 내각의 요직에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측근들이 기용될 전망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30일 자민당의 2인자인 간사장에 “아마리 아키라 당 세제조사회장이 기용되는 것으로 최종 조정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베 전 총리와 수정주의적 역사인식을 공유하는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은 내각의 2인자인 관방장관으로 거론되는 중이다. 의원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에선 당과 내각의 협력이 매우 중요한데, 아베 전 총리의 측근들이 양쪽 모두에서 2인자를 맡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 둘은 2019년 한-일 관계를 격랑으로 빠뜨렸던 수출규제 강화 등 한국을 상대로 한 보복 조치에 힘을 실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아마리 세제조사회장은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수장으로 있는 아소파 소속이면서 아베 전 총리와 가깝게 지내왔다. 아베 2차 정권 때는 이들 세 사람을 성 앞 글자를 따 ‘3에이(A)’라 부르기도 했다.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 때는 기시다 진영의 선거대책 고문을 맡아 공을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선 투표에서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을 꺾기 위해 ‘기시다-다카이치’ 연합을 이뤄낸 막후 역할을 맡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 간사장은 총재를 보좌해 자금 관리와 공천권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내각의 ‘2인자’이자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관방장관으로 거론되는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은 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 소속으로 현직 각료 신분으로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에이(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앞으로 출범하는 기시다 정권에서 ‘아베‧아소’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두고 당내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국민들의 직접 선택을 받게 되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다. 이 같은 인사가 현실화될 경우 기시다 정권은 아베 전 총리의 ‘꼭두각시 정권’이란 야당의 공세에 시달릴 수 있다. 이 신문은 “기시다 총재는 ‘정치에 국민의 소리가 닿지 않는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있다’ 등의 말을 자주 강조했다”면서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뤄지는 새 정부의 인사가 (기시다 총재를 평가하는) 첫번째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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