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스가 요시히데 총리. AFP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오는 29일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총리 연임을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1년 만에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스가 총리는 3일 기자단을 만나 “이날 오전 자민당 임원회의에서 코로나 대책에 집중하고 싶다. 이런 마음에서 총재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1년 동안 코로나 대책을 중심으로 여러 문제에 전력을 다해왔다”며 “코로나 대책과 선거 활동을 양립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스가 총리는 이달 말 총재 임기 만료에 맞춰 총리를 사임할 것으로 보인다.
스가 총리 연임에 발목을 잡은 것은 미흡한 코로나19 대처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잔여임기 1년을 남겨두고 건강상 이유로 사퇴하면서 지난해 9월 출범한 스가 정부는 초기 70%가 넘는 지지를 받았지만 코로나 확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여론이 완전히 돌아섰다. 최근 모든 언론에서 역대 최저수준의 지지율이 이어졌으며 일부에선 ‘위험수위’인 20%대를 보이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국민에 대한 설명 부족과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스가 총리의 문제였다”고 비판했다.
국민의 직접 선택을 받아야 하는 중의원 총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자민당 안에서는 “선거의 얼굴로 스가 총리는 위험하다”는 불신이 급속히 퍼졌다. 특히 중·참의원 재보궐, 요코하마 시장 등 스가 정부 출범 뒤 8번의 여야 대결에서 자민당이 사실상 전패하면서 정치적 기반이 취약한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스가 연임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불과 며칠 전까지 스가 총리는 자민당 집행부 인사라는 ‘승부수’까지 던지며 연임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자신을 총리로 만든 일등 공신인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교체 등의 카드는 오히려 부메랑이 됐다. <요미우리신문>은 “총재 선거 직전에 이례적인 인사로, 당에서는 ‘자신의 연명 때문’이 아니냐는 반발이 강했다”고 전했다.
총재 선거에 출마한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이 개혁방안을 잇달아 발표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도 스가 총리에겐 뼈아픈 지점이었다. 파벌이 없는 스가 총리에겐 호소다파, 아소파 등 주요 파벌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당내 영향력이 큰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부총리가 ‘스가 지지’를 진작부터 밝혔지만, 파벌 차원의 지지로 이어지지 못했다.
연임을 노렸던 스가 총리의 출마 포기로 차기 자민당 총재가 누가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기시다 전 정조회장이 가장 두드러지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기자단에게 “(스가 총리 불출마에 대해) 상황을 잘 파악한 뒤 생각을 말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총재 선거 출마는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노다 세이코 간사장 대행 등도 출마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소속 의원 20명의 추천인이 필요해 최종 후보 등록까지는 불확실하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1‧2위를 달리고 있는 아소파 소속인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은 출마 의향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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