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텃밭’ 요코하마의 시장 선거 지원을 위해 전면에 나섰지만 참패했다. 스가 총리는 잇단 선거 패배로 지도력에 큰 타격을 입었고 ‘총리 교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2일 열린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시장 선거에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추천을 받은 야마나카 다케하루(무소속·48) 전 요코하마시립대 교수가 50만6392표를 얻어 당선됐다. 스가 총리의 지원을 받은 오코노기 하치로(무소속·56) 전 국가공안위원장은 18만여표 뒤진 32만5947표로 낙선했다. 4선에 도전했던 하야시 후미코(무소속·75) 현 시장은 19만6926표에 그쳤다.
과학자 출신인 야마나카 후보는 코로나19 전문가로 자신을 소개하고 카지노가 핵심인 복합리조트(IR) 사업 유치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혀,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반면, 자민당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복합리조트(IR) 사업과 관련한 의견 분열 등으로 당 차원의 추천 후보도 정하지 못했다.
요코하마시는 스가 총리의 지역구가 포함된 지역이다. 스가 총리는 정치 입문 뒤 11년간 오코노기 후보의 아버지인 오코노기 히코사부로 전 의원의 비서로 일한 경험도 있다. 스가 총리는 오코노기 후보를 개인 자격으로 “전면적으로 그리고 전력으로 응원한다”고 밝혔으나, 스가 총리의 지원이 오히려 역효과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텃밭에서조차 스가 총리가 외면당한 모양새다.
스가 총리는 23일 기자단에 요코하마 시장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요코하마) 시장 선거 결과에도 불구하고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의사는 변함이 없는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시기가 오면 출마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해왔다.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자민당 총재로 다시 뽑혀 총리직을 이어나갈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스가 총리가 지난해 9월 취임한 뒤 자민당은 주요 선거에서 사실상 모두 졌다. 지난 4월 중·참의원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했다. 1·3·6월에 있었던 야마가타현, 지바현, 시즈오카현 지사 선거에도 당이 추천한 후보가 낙선했다. 지난달 도쿄도의회 선거에서는 자민당이 다수당 지위를 회복했으나 전체 127석 중 33석을 얻는 데 그쳐 역대 선거 중 두번째로 의석수가 적었다. 스가 내각 지지율은 모든 여론조사 기관마다 취임 뒤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아사히신문>의 이달 초 조사(28%)에서는 내각 붕괴 위험 수위라고 하는 20%대 지지율이 나오기도 했다.
“스가 총리는 ‘당의 얼굴’이 될 수 없으니 자민당 총재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될 것은 확실하다”고 <지지 통신>은 짚었다. <요미우리신문>은 “스가 총리를 ‘선거의 얼굴’로 불안시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을 보면, 자민당에서는 요코하마 시장 선거 패배로 총선을 앞당기기는 어렵다고 보고 다음달에 당 총재 선거부터 실시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여전히 스가 총리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당 총재가 바뀔지는 불확실하다. 당내 유력 인사 움직임도 엇갈린다.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은 당 총재 선거에 나설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은 출마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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