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총리 관저 누리집 갈무리
자민당에서 총재 선거에 나서겠다는 후보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등 스가 요시히데 총리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내 영향력이 큰 아베 신조 전 총리,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스가 총리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에서 총재 선거에 입후보를 목표로 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스가 내각 지지율이 저조하자, 여러 후보들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1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스가 총리의 무투표 연임 시나리오는 무너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민당에선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이 진작 출마 의사를 밝혔으며,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에서 시모무라 하쿠분 정조회장이 총재 출마 조건인 추천인(20명) 확보를 위해 의원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다 세이코 간사장 대행도 출마를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지난해 스가 총리와 맞붙었던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도 출마를 명확히 표명하지 않았지만, 여지를 두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 스가 총리 손을 들어줬던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부총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두 사람이 ‘스가 내려놓기’로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일본 주간지에선 이미 두 사람이 극비리에 만나 기시다 전 정조회장을 총재 후보로 추천했다는 보도도 있다. 여론 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아소파의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의 이름도 계속 거론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신진 의원 중심으로 고노 담당상 등 출마를 재촉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등이 스가 총리 연임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중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있어 당 분위기는 좋지 않다. 최근 모든 여론조사에서 스가 정부 지지율이 최저 수준을 보이면서 선거 기반이 취약한 신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위기의식이 크다. 스가 총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코로나19 확산이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만큼, ‘선거의 얼굴’인 총재를 다른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스가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다음달 30일까지이고, 중의원 임기는 10월21일에 만료된다.
자민당 총재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26일 회의를 열고 선거 일정을 결정하기로 했다. 선거는 다음달 17일 고시하고, 같은 달 29일 투‧개표를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스가 총리가 그 전에 중의원 해산을 단행하면 총재 선거는 미뤄진다. 다만 다음달 12일까지 도쿄 등 13곳 지역에 긴급사태가 선포된 만큼, 중의원 해산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