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에서 일본이 최고 성적을 거뒀는데도 스가 요시히데 정부 지지율이 더 떨어졌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라 나오자, 자민당 내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올 가을 국민의 직접 선택을 받아야 하는 중의원 총선거가 예정된 만큼, 스가 총리 연임을 놓고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7~9일 전화 여론조사(응답자 1065명)를 실시한 결과, 스가 정부 지지율은 35%로 지난달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올림픽 개최를 잘했다고 응답한 사람이 64%나 됐는데, 정부 지지율은 오히려 더 떨어진 것이다. 올림픽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선전한 선수들의 영향으로 보이며,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은 정부에 확실히 묻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조사에서 스가 정부의 코로나 대책에 63%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앞서 <아사히신문>은 지난 7~8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스가 정부 지지율이 28%로 30%대가 처음으로 무너졌다고 전했다.
이미 바닥 수준인 스가 정부 지지율이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정부와 당내에 퍼져있다. 정부 각료 중 한 인사는 이 신문에 “올림픽 뒤에는 코로나 문제에 관심이 집중돼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사히신문>도 자민당 중진 의원 말을 인용해 “(당 내에선) 올림픽 뒤 위기감이 더 강하다”고 전했다. 긴급사태 수준의 방역 대책이 사실상 전국적으로 선포됐는데도 감염 확산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 체계에 혼란이 가중돼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치달을 경우, 정권 책임론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당내 중견‧신진 의원들 사이에선 “중의원 선거 전에 총재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 후보로 당 총재 선거를 실시해 여론의 주목을 끈 뒤 중의원 선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자민당 지지율 하락 중심에 스가 총리가 있어서다. 스가 총리 연임에 반대하는 여론이 이번 조사에서도 66%에 달했다.
당 중견 의원은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유권자는 총리를 지겨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중의원 선거에서 대패할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총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선거의 얼굴’(총리)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신진 의원들은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을 비롯해 당 지도부가 스가 총리 ‘무투표 연임’을 노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불편한 분위기다. 신진 의원들 사이에선 “무투표는 있을 수 없다. 누군가 내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니카이 간사장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지금 총재를 바꿔야 할 의미를 찾지 못했다”며 “복수의 후보가 될 전망은 현재로써는 없다. 현직이 재선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한 바 있다. 중의원 해산 뒤 총선거에서 승리해 투표 없이 스가 총리를 연임시키겠다는 구상을 보인 것이다. 스가 총리도 연임 의사를 밝힌 상태다.
스가 총리의 집권 자민당 총재 임기는 오는 9월 말까지다. 중의원 임기는 10월21일까지로 스가 총리가 임기 만료 전에 중의원을 해산할 가능성이 크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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