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일본 도쿄에서 시민 한 명이 도쿄올림픽 포스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총선 전초전’으로 불리던 일본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한 불안과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대한 불만 등이 겹친 결과로 보이며, 가을까지는 열릴 중의원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5일 <교도 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날 투표가 이뤄진 도쿄도 의회 선거(127석)에서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 의석을 합쳐 56석으로, 원래 목표로 내걸었던 양당 합계 과반 의석(64석) 확보에 실패했다. 자민당은 33석을 획득해 제1당 자리를 탈환했으나, 기대에는 크게 못 미쳤다. 자민당은 지난 2017년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이끈 지역정당 ‘도민퍼스트회’ 약진에 역사적 대패를 당해 23석 획득에 그친 바 있다. 자민당은 2017년보다 의석수를 늘렸지만, 이번 획득 의석수 자체는 역대 두 번째로 적다. 40년 만에 제1당 자리를 빼앗긴 지난 2009년 38석보다 적다. 공명당은 23석을 얻어 지난 2017년 획득 의석수와 같았다. 자민당 안에서는 “사실상의 패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자민당은 이번에 4년 전 역사적 패배를 설욕하고 곧 있을 중의원 선거 영향도 고려해 총력전을 펼쳤다. 2017년 도쿄도 의회선거 때는 도민퍼스트회와 선거협력을 했던 공명당과도 다시 손을 잡았다. 공명당은 중앙 정치에서는 자민당과 연립 정권을 꾸리고 있지만, 지방자치 선거에서는 다른 당과 손을 잡기도 한다. 한 베테랑 의원은 <아사히신문>에 자민당이 ”50석도 차지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기대를 나타냈지만, 결과는 기대보다 저조했다. 고이케 지사가 설립을 주도했고 현재 특별 고문을 맡고 있는 도민퍼스트회는 31석을 획득해 2017년 55명 당선에서 줄어들었으나, 제2당 자리를 차지했다. 과로를 이유로 요양 중이었던 고이케 지사가 선거 막판 지원 유세를 했다 공산당은 2017년 18석에서 1석 늘어난 19석을 얻었고, 입헌민주당은 2017년 민진당 시절 8명 당선이었으나, 이번에는 15명이 당선됐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 성적 부진이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백신 접종이 늦고 도쿄올림픽 관중 문제로 자민·공명 정권에 대한 비판이 커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정부는 지난달 일정 조건 아래 유관중 개최를 결정했으나, 코로나19 감염자가 최근 다시 늘면서 올림픽 관중 수용에 대해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오는 23일 개막식이 열리는 도쿄올림픽에 대해서 자민당은 쟁점화를 피하기 위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도민퍼스트회는 “무관중 개최”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공산당은 “개최 중지(취소)” 입헌민주당은 “중지 혹은 연기”를 주장했다.
수도 도쿄에는 무당파가 많으며 여론에 민감한 곳이다. 이번 도쿄도의회 선거 결과는 올가을까지는 열릴 총선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중의원 임기는 오는 10월 21일까지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중의원 임기 만료 전까지 총선을 치러야 한다.
스가 총리는 5일 기자단에 “(도쿄)도민 여러분에게 약속하며 싸웠던 자민당과 공명당 (합계 의석) 과반수 실현을 하지 못한 것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아즈미 준 국회대책위원장은 “도쿄올림픽과 코로나 대응 등에 대한 평가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