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 관련 보고서 이사국에 배포
다국적 기업, 이란 철수 잇따라
다국적 기업, 이란 철수 잇따라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이란 핵문제의 안보리 회부에 합의한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을 입증할 문건을 찾아냈다고 밝히는 등 이란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특별이사회를 열어 이란 핵문제의 안보리 회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국제원자력기구는 31일 이사국들에 미리 배포한 보고서에서 이란이 암시장에서 “핵무기 제조와 관련된 문건”을 입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5쪽에 이르는 이 문건은 농축 우라늄과 열화 우라늄을 핵탄두에 장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을 처음 제기한 알리레자 자파르자데는 지난해 11월 “이란이 파키스탄 핵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 박사의 암시장에서 핵탄두 설계도를 입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란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우라늄 농축에 들어가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지난 1월 가동을 재개한 나탄즈 핵연구시설의 핵활동 수준을 우라늄 농축을 위한 준비단계로 평가했다. 보고서는 또 이란이 문건 제출 요구를 거부하는 등 국제원자력기구의 조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핵문제가 안보리에 회부되면 4일로 예정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란 핵문제의 안보리 회부 가능성이 커지면서 다국적 기업의 이란 철수가 잇따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유비에스(UBS)와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 에이비엔(ABN)암로가 최근 이란과 신규 금융거래를 중단한 데 이어, 핼리버튼과 제너럴일렉트릭(GE), 베이커휴스, 코코노필립스 등도 이란과 관계를 정리했다. 한 가전업체와 자동차업체는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가능성이 높아지자 공장 건설 계약을 4월 이후로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제분석가는 “이들 기업의 철수로 인한 피해는 아직 상징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 한국 기업들까지 합류한다면 이란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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