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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기구·회의

EU ‘유럽연합세’ 놓고 또 진통

등록 2006-01-19 18:11

오스트리아 “단기금융 거래세 등 신설을”
영국·프랑스 “반대” 독일 “지지” 격론 예상
지난해 예산안 편성을 놓고 진통을 겪었던 유럽연합(EU)이 이번엔 세금 신설 논란에 휩싸였다. 유럽연합 순번제 의장국인 오스트리아가 지금까지 회원국들의 납부금으로 충당해온 유럽연합 예산을 세금을 거둬 메우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볼프강 쉬셀 오스트리아 총리는 18일 올 들어 처음 열린 유럽의회 연설에서 “예산안을 짤 때마다 불거지는 불협화음을 해소하기 위해 ‘유럽연합세’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유럽연합세는 유권자들의 불평을 사겠지만, 꼭 필요한 것”이라며 단기 금융 거래와 국제선 항공기 및 선박 이용에 세금을 물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제안은 유럽의회가 2007∼13년 유럽연합 예산안을 거부하고 추가 협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541 대 56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킨 뒤 나왔다. 결의안은 “예산안이 과거의 우선순위에 집착해 미래의 번영과 경쟁력, 단결,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럽연합 25개 회원국 정상들은 지난해 말 마라톤 협상 끝에 8624억유로 규모의 예산안을 타결했다.

유럽의회는 연구개발 및 교육 분야에 1천억유로를 증액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비시(BBC)> 등 외신들이 전했다. 조셉 보렐 유럽의회 의장은 오는 23일 쉬셀 총리 및 마누엘 바로수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만나 예산안 증액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인디펜던트>는 유럽연합 의회가 3월 말까지 추가 협상을 마무리짓고 5월 중 재표결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연합 예산은 대부분 회원국들의 납부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회원국들이 국민총소득(GNI)과 연동해 내는 납부금이 73%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이 때문에 납부금을 많이 내는 나라들이 국내 예산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할 경우 협상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바로수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말 예산안 협상 타결 직후 “유럽연합이 언제까지 이런 제로섬 게임을 계속할 순 없다”며 개선책을 호소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의 유럽연합세 신설 제안에 대해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독일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영국과 프랑스가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어 격론이 예상된다. 고든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은 “영국은 유럽연합세 신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런던 금융가는 단기 금융 거래에 유럽연합세를 매기자는 데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오는 2008년 예산안 중간 점검 때 유럽연합세 도입 방안을 공식 의제에 올릴 계획이다. 쉬셀 총리의 발언은 이를 위한 사전 포석인 셈이다. 유럽연합 정상들은 지난해 말 예산안 협상을 타결하면서 농업보조금 감축 문제를 포함한 예산 개혁 문제를 2008년에 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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