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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기구·회의

쩍…쩌적…매년 1200만㏊ 땅 ‘거북등처럼’ 사막화

등록 2006-01-02 19:58수정 2006-01-02 20:05

지난해 3월 인도 남부 안드라 프라데시주 히데라바드에서 두번째로 큰 저수지인 히마야차가르 저수지가 가뭄으로 바닥이 모두 갈라진 가운데, 그 위를 한 목동이 염소떼를 몰고 가고 있다. 히데라바드/AP 연합
지난해 3월 인도 남부 안드라 프라데시주 히데라바드에서 두번째로 큰 저수지인 히마야차가르 저수지가 가뭄으로 바닥이 모두 갈라진 가운데, 그 위를 한 목동이 염소떼를 몰고 가고 있다. 히데라바드/AP 연합
유엔이 정한 ‘사막과 사막화의 해’

사막화방지협약 유엔이 정한 ‘사막과 사막화의 해’
사막화방지협약 유엔이 정한 ‘사막과 사막화의 해’
나이지리아와 니제르의 국경 근처 마코다에서 농사를 짓는 알하지 아흐마드 이디는 해마다 줄어드는 소출에 속이 탄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그는 한 해에 수수 40포대와 땅콩 20포대를 거둬들였다. 그러나 지금은 수확량이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은 탓인지 흙을 집어 혀에 대면 소금기가 느껴진다.

이디는 건조지대를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는 사막화의 폐해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인간의 무분별한 경작과 방목, 기후 변화 등으로 가속화하고 있는 사막화는 이미 100여개 나라에서 10억명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2억5천만명은 사막화가 몰고 온 재앙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이들 대부분은 지구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에 속한다.

사막화로 100여개 나라 10억명 생계 위협
아난 총장 “사막화, 가장 위급한 환경재앙”

유엔은 올해를 ‘사막과 사막화의 해’로 정하고, 사막화의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지구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건조지대가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황폐해질 경우, 인류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유엔 총회에서 “사막화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위급한 환경재앙”이라고 지적했다.

지구 육지 분포
지구 육지 분포
사막화는 토지의 생산능력을 빠르게 무너뜨리고 있다. 유엔은 해마다 1200만㏊가 불모지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바다와 하천을 제외한 지구 땅의 0.1%씩이 해마다 생명력을 잃는다는 얘기다.

토지의 생산성 상실은 환경난민을 무더기로 토해낸다. 아프리카에선 1억3500만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앞으로 20년 동안 6000만명이 고향을 등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선 6명 가운데 1명이 땅을 버리고 도시로 몰려들고 있다. 모리타니아에선 최근 30년 사이에 유목 인구가 전체의 73%에서 7%로 줄었다. 이 기간에 수도인 노우아크초트의 인구는 전체의 9%에서 41%로 급증했다.

사막화의 위협은 아프리카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라비아 반도와 멕시코, 칠레, 중국, 인도,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스페인 등도 사막화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들 나라는 사막화를 저지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다. 전세계적으로 연간 420억달러가 투입되는 것으로 유엔은 추산한다.


한국도 사막화 공격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웃한 중국의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국토의 27%에 해당하는 2억6200만ha가 이미 사막화로 황폐해졌고, 해마다 30만ha씩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황사가 한국을 찾는 날도 1990년 3일(서울 기준)에서 지난해 13일로 늘어났다.

사막화 방지의 핵심은 건조지대에 사는 사람들의 생존을 보장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건조지대는 지구에서 인구가 가장 빨리 증가하는 곳이다. 사라하 사막 주변의 인구는 1930년 이후 4배 가까이 늘었고, 다음 30년 동안 다시 2배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은 이들을 지속적으로 부양할 수 있는 정책이 사막화 방지의 전제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1994년 유엔에서 채택된 사막화방지협약(UNCCD)이 토지제도 개선과 중앙집권 해소 등 사회적 접근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유엔은 ‘지구가 사막화에 맞서는 날’로 선포한 오는 17일을 전후해 이탈리아 로마에서 사막화의 위험을 경고하는 영화제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보고서 출간, 사진전 개최 등 다채로운 행사를 펼칠 계획이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과도한 경작과 기후변화가 사막화 촉진

사막화와 탈사막화의 영향
사막화와 탈사막화의 영향


사막화란 사막의 확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의 과도한 경작 및 방목, 거대한 관개, 무분별한 산림 파괴와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 변화가 맞물려 토양의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것을 뜻한다. 극심한 가뭄 같은 자연적 요인도 이를 부추긴다.

사막화란 말은 1950∼75년 아프리카에서 사하라 사막이 남쪽으로 100㎞ 가량 확장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등장했다. 처음엔 이를 인구 증가에 따라 토양이 황폐해진 결과로 이해했으나, 위성사진 분석 등 과학적인 연구에 의해 기후 변화라는 요소가 첨가됐다.

사막화의 원인으로는 지나친 방목과 경작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사막과 경계를 이루는 건조지대의 목초지와 경작지가 이로 인해 줄어들면서 토양 침식이 일어난다. 여기에 강수량 감소와 대규모 관개시설 증가에 따라 토양의 염분이 증가하는 현상이 더해진다. 결국 토양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이는 다시 토양에 대한 인간의 착취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사막화 방지는 궁극적으로 이런 생산방식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소규모 관개시설로 고부가가치 작물을 생산하고, 환경을 보존하는 기술을 개발해 토양의 침식과 염기화를 방지하자는 것이다. 이는 토양의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지속가능한 개발을 가능하게 한다.

유강문 기자

1994년 파리서 채택…한국 156번째로 가입

사막방지협약

1977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유엔 사막화대책협의회(UNCOD)는 사막화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사막화퇴치행동계획(PACD)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는 국제사회의 무관심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1992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발제에 따라 국제공동체적 차원에서 사막화를 퇴치할 통합적인 접근방법의 필요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 수차례 협상을 거쳐 1994년 프랑스 파리에서 사막화방지협약(UNCCD)이 채택됐다. 사막화방지협약은 가입국들에게 일관성 있는 사막화 방지 전략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이를 빈곤 퇴치 전략과 통합시킬 것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비정부기구와 여성 및 청소년의 경각심을 일깨워 이들의 참여를 촉진할 것을 강조한다. 한국은 1999년 156번째로 가입했다.

유강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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