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반환·송유관 등 이견 못좁혀
‘경제협력’ 등 12개 공동문서 합의
일본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21일 정상회담을 열어 경제협력 확대 등을 담은 12개 공동문서에 서명했다.
두 나라는 에너지분야 장기협력에서 핵심 쟁점인 동시베리아 송유관의 ‘태평양 노선’ 건설을 조기에 실현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렇지만 중국으로 향한 이 송유관의 지선보다 태평양 연안으로 가는 본선을 우선 착공할 것을 주장해온 일본 쪽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양쪽은 송유관 건설을 둘러싼 구체적 협력을 내년에 마무리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또 북방 4개섬(쿠릴열도) 반환 문제에 대해선 견해차를 거의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나라는 이미 실무협의 과정에서 북방영토에 관한 공동성명을 보류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는 하보마이와 시키탄 등 2개섬을 반환한다는 내용을 담은 1956년 일-소공동선언의 공동성명 포함을 주장했다. 반면, 일본은 4개섬의 귀속문제를 해결한 뒤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의 1993년 도쿄선언을 강조해 평행선을 그었다.
푸틴 대통령은 2박3일 동안의 이번 방일에 세계 최대 천연가스 회사인 가즈프롬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100여명의 재계 대표단을 대동해 일본과의 경제협력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지난 2000년 이후 5년여만이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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