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나라 대표들이 1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제1회의실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을 놓고 표결하고 있다. 유엔본부/연합뉴스
강제성 없지만 미·EU ‘인권공세’ 거세질듯
6자회담 쟁점 거론 가능성 ‘촉각’
유엔 총회는 17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과 미국이 공동 제출한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결의안’을 찬성 84, 반대 22, 기권 62표로 가결했다. 한국은 이 결의안에 기권했다. 대북 인권결의안은 2003년 이후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3년 연속 채택됐지만, 유엔 총회에서 의결된 건 처음이다. 이 결의안은 고문, 공개 처형, 정치범 수용소, 매춘, 정치적 이유의 사형 판결 등 북한 인권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북한 정부는 모든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또 인도적 지원단체들이 북한의 모든 지역에 자유롭게 접근하도록 허용할 것과 유엔의 북한인권 특별조사관의 활동에 철저하게 협력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은 결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폈지만, 제3 세계 나라들이 대거 반대 대신에 기권을 택하는 바람에 결의안 저지에 실패했다. 김창국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차석대사는 표결 전 발언권을 신청해 “미국과 유럽연합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인권문제를 남용하고 있다”며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국의 최영진 주유엔대표부 대사는 표결 뒤 발언권을 신청해 “북한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우리 노력은 대북정책의 전반적 틀 속에서 조화를 이루면서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기권 이유를 밝혔다. 유엔총회의 인권결의안은 상징적 의미일 뿐, 강제적인 후속 조처를 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번 채택을 계기로 미국과 유럽 정부기구와 인권단체들의 대북 압박이 훨씬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인권결의안 통과 자체보다 북한의 반응수위에 따라 6자 회담에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끝난 5차 6자 회담에서 북한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를 맹비난하며 핵심 쟁점으로 끌어올렸듯이, 인권 문제가 또다른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특히 미국의 대북 인권공세는 올해 말까지 계속 강화될 전망이어서 북한 쪽 대응이 주목된다. 미국 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12월 초 한국에서 대규모 북한 인권대회를 개최한다.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북한인권특사도 곧 한국을 방문해 북한인권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이번 결의는 당분간 북-미 관계를 냉각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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