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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기구·회의

온실가스 감축 5년마다 검증…‘탈탄소경제’로 전환 서둘러야

등록 2015-12-13 19:49수정 2015-12-13 22:02

파리 기후협정 타결

참여국가 37개국→195개국으로
‘온도 상승 2도보다 훨씬 낮게’
금세기말까지 ‘탄소 중립’ 목표도

산업화 이후 1도 올라가 있어
결국 말잔치에 불과할 것 지적도

환경운동가 “방향에 합의한 것
화력발전소 증설 등 재검토해야”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린 12일 파리 에펠탑 밑에서 활동가들이 바닥에 드러누워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가뭄, 홍수로 삶을 위협받고 있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린 12일 파리 에펠탑 밑에서 활동가들이 바닥에 드러누워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가뭄, 홍수로 삶을 위협받고 있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각) 채택된 파리협정은 선진국과 후진국 구분 없이 모든 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기로 한 첫 포괄적 협약이라는 점에서 지구촌 기후변화 대응의 새로운 역사를 연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현재의 교토의정서 체제는 선진국들에만 감축 의무를 부여하는 바람에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 주요 온실가스 배출 대국들이 대부분 빠진 기형적 체제로 굳어졌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제2차 공약 기간에 참여하는 나라는 195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가운데 37개에 불과해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5%에만 적용되고 있는 상태다.

내용 면에서 보면, 파리협정은 지구가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저탄소 사회로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협정문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되,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해야 한다”는 장기목표를 제시했다. 또 파리협정은 이번 세기 후반에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 사이에 균형을 이룬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프랑수아 올랑드(오른쪽부터) 프랑스 대통령,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 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 의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이 12일 파리 르부르제에서 폐막된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 마지막 회의 뒤 서로 손을 잡아 올리며 협정 타결을 축하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프랑수아 올랑드(오른쪽부터) 프랑스 대통령,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 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 의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이 12일 파리 르부르제에서 폐막된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 마지막 회의 뒤 서로 손을 잡아 올리며 협정 타결을 축하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금세기 말까지 지구에 새로 추가되는 탄소가 제로가 되는 ‘탄소 중립’을 이룬다는 얘기다. 이런 목표 달성은 결국 석탄과 같은 화석에너지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시민·환경단체 60여곳으로 구성된 ‘기후행동2015’는 파리협정 타결 뒤 성명에서 “파리협정이 자발적 기여에 기초하는 협상의 한계 속에서도 ‘탈탄소경제’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협정문에서 제시된 장기목표 달성은 쉽지 않은 과제다. 이미 지구 평균기온은 1도가량 올라가 있는 상태여서, 각 나라들이 지금까지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모두 이행해도 1.7도 이상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파리협정에 대해 결국 말잔치에 불과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장기목표에 접근하기 위해 파리회의에 참가한 나라들은 앞으로 5년 단위로 점점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내놓기로 했다. 파리협정은 모든 협정당사국에 장기 저탄소 개발 전략도 마련해 2020년까지 제출하도록 노력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이 내놓을 감축 계획 이행을 국제법적으로 구속하는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지만 이행을 게을리하기는 쉽지 않다. 투명한 검증 과정을 거쳐 국제사회에 공개하기로 해 이행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어기는 ‘불량국가’라는 손가락질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번 회의는 처음부터 새 기후체제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시작됐다. 무엇보다 중국과 미국 등 두 온실가스 배출 대국이 2014년 이후 협상 타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것이 그런 기대감을 높였다. 늘 회의 폐막일을 넘겼던 과거 전례는 이번에도 되풀이됐으나, 격앙된 목소리와 비난 성명, 협약 탈퇴 협박 등이 난무했던 과거 총회와는 크게 달랐다. “논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평화롭게 진행된 협상도 처음이었던 같다”는 것이 회의장 주변에 있었던 이들의 이야기다.

이번 합의문 도출 과정에서도 개도국들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선진국들의 온난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론을 적극 제기했고, 개도국들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재원 마련에 대한 중국 등 선진 개도국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했다. 사흘간 새벽까지 이어진 협상에서 선진국들은 새 기후변화 체제 출범을 위해 개도국에 상당한 정도의 유연성을 허용하기로 양보했다. 개도국의 다양한 여건을 고려해 감축계획 제출, 보고, 검증 등에서 개도국들에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기후변화로 가장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는 군소 도서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개도국들은 끝까지 고집했던 구체적인 기후재원 목표 제시 요구를 접었다.

이번 회의를 참관한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협약은 시작일 수 있다. 이제 방향에 합의한 것이고 그 내용을 채워가는 과정에서 각 나라 사이의 이해관계가 출동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하지만 어떤 나라도 이번에 형성된 이 물줄기를 거스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그동안 우리는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거꾸로 간 측면이 많다. 협정을 지키겠다면 석탄발전소를 새로 짓거나 증설하려는 시도는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이번 파리협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 당장 석탄화력발전소 증설 계획이 대거 포함된 전력수급계획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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