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 문제를 북한과 협의하고 있다고 유엔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 정례 브리핑을 통해 “반 총장은 한반도의 대화를 촉진하고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기 위해 북한 방문을 포함해 기꺼이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누차 밝혀왔다”며 “이런 목적을 위해 (방북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자릭 대변인은 “나를 포함해 유엔 사무실이나 반 총장이 공식적으로 브리핑하지 않는 내용은 순전한 추측”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중국 <신화통신>이 지난 18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해 ‘반 총장이 오는 23일부터 나흘 동안 평양을 방문한다’고 보도한 것에 대한 부인으로 풀이된다.
반 총장의 정확한 방문 시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반 총장의 공개된 일정을 감안하면 최소한 다음주 방북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은 <신화통신>의 ‘23일 방북’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통해 ”반 총장이 오는 22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한 뒤 23일 뉴욕으로 돌아왔다가 26일에는 몰타에서 열리는 영연방 정상회의, 28일에는 프랑스 파리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확정되지 않은 방북 시기를 노출시킨 점으로 미뤄 짐작해 보면, 북한은 조속한 시일 내에 반 총장의 방북을 희망하고 있는 데 비해, 반 총장 쪽은 북한이 제시한 방북 시기가 다소 이르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유엔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며칠 안으로 뭔가 발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반 총장의 방북에 대해 유엔 쪽에서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지난 18일엔 외교가에서 한때 ‘방북 무산설이나 무기 연기설’이 돌기도 했다. 유엔 소식통은 “현실적으로 지금 단계에서 무산됐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