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기구·회의

“국가간 불평등은 모든 국가의 문제…함께 대안 찾아야”

등록 2015-08-24 20:41수정 2015-09-22 10:08

조모 콰메 순다람 유엔식량농업기구 사무차장은 통화·금융 전문가다. ‘지속가능발전목표’에 적극 참여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양극화와 국제적 불평등 문제 해결에 다양한 해법을 주장한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조모 콰메 순다람 유엔식량농업기구 사무차장은 통화·금융 전문가다. ‘지속가능발전목표’에 적극 참여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양극화와 국제적 불평등 문제 해결에 다양한 해법을 주장한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싱크탱크 광장]
유엔 ‘2030 지속 개발 목표’ 내달 확정
조모 순다람 FAO 사무차장에게 듣는다
조모 콰메 순다람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사무차장은 경제학자 출신의 ‘유엔맨’이다. 아시아 출신으로 드물게 2006년 이후 10년째 유엔 산하기구 요직을 맡고 있다. 유엔 경제사회국 사무차장보와 유엔 주요 20개국(G20) 금융 사절을 거쳐 2012년부터 유엔식량농업기구에서 일하고 있다. 특히 통화·금융 분야 전문가로서 국제통화금융시스템 개혁을 다루는 유엔총회의장 전문가위원회(스티글리츠 위원회) 위원으로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 국제적인 조세 회피 문제와 공적개발원조에 소극적인 선진국들의 태도를 강력히 비판해왔다. 최근에는 국제사회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의제화 작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조모 사무차장이 국제개발협력학회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주관하는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양윤정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국제개발협력학회 국제위원장)가 그를 만나 국제사회의 개발협력 과제와 현황, 쟁점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개발재원총회 결과 개도국 큰 실망
선진국의 개발원조 의무 언급 없어

개발원조 외 또다른 해결책은 세금
선진국 협력 필수인데 개혁 부정적

탄자니아 등 글로벌 채굴기업들에
세금은 안받고 재정적 지원만 해줘

‘기업활동 국가’ 과세권 인정 등 논의
선진국들 반대로 소폭 개혁만 합의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조모 콰메 순다람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 사무차장(왼쪽)이 양윤정 한국외대 교수와 국제개발협력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조모 콰메 순다람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 사무차장(왼쪽)이 양윤정 한국외대 교수와 국제개발협력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양윤정(이하 양) 지난달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재원을 논의하는 총회가 열렸다. 총회에서 실질적인 이행 수단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없어 개발도상국들의 불만이 많았다고 들었다.

조모 콰메 순다람(이하 조모)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책임’(responsibility)과 ‘보편성’(universality)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보편성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할 것 없이 모두가 평등한 것으로 생각하면 오해다. 불평등한 무역 구조에서 보듯, 실제 세계의 원리는 평등하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개도국들이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을 주장하는 이유다. ‘누가 주로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하며, 특히 개발 재원에 대한 책임을 빼놓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보면, 지난 아디스아바바 개발재원 총회 결과는 많은 개도국에 큰 실망을 안겨줬다. 선진국 그룹이 공적개발원조(ODA·선진국이 개도국 발전을 위해 제공하는 양허성 자금)를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실행 의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이미 46년 전에 국내총생산의 1%를 후진국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그 목표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영국과 일부 북유럽 국가가 국내총생산의 0.7%를 기여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0.3% 안팎에 불과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적개발원조의 규모에 비해 그 성과와 실질적인 효과가 미흡하다며 비판론을 제기하고 있다.

조모 역사적으로 공적개발원조를 포함해 국제개발협력과 관련한 재원이 실제 필요한 것보다 많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1970년대 공적개발원조 재원이 다소 늘어났지만 냉전 후 급격히 감소했다. 미국이 2000년대 초 국가 채무를 줄이기 위해 재정 긴축에 나선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9·11 사태 이후 서서히 증가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정체 상태다. 국제개발협력 재원이 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선진국의 긴축재정이다. 이런 정책 기조는 결과적으로 개도국뿐 아니라 선진국 자신에도 좋지 않은 문제들을 초래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은 재정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은행 등 금융기관에는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자국 내 자본가들을 위한 투자는 하면서도 개도국을 위한 재정 지출은 인색한 것이다.

결국 재원 마련이 쟁점인 것 같다.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입장 차이는 어떠한가?

조모 국제적인 불평등으로 인한 정치·경제·사회 이슈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환경 문제와 관련해 ‘기후변화행동’이나 ‘기후정의운동’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은 선진국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기후변화 취약국인 후진국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선진국의 적극적인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누가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외면해왔다.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은 공유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차별화되어야 한다. 소수의 선진국이 문제를 양산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는 국가가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이런 합의는 기후변화 문제뿐 아니라 다른 국제적인 이슈들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세계 금융시장의 양극화와 국제적인 불평등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 중심의 국제적인 조세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조모 국제적인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세금’이 또다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빈국은 어렵겠지만 개도국과 중진국들은 자체적으로 세수를 늘려 인프라 투자와 빈곤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들 나라가 세수를 늘리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금 생산량이 많은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가나, 탄자니아 등이다.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들 국가에 진출해 금을 채굴하고 있다. 과연 이 나라들이 외국 채굴 기업들한테서 얼마나 세금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나? 탄자니아 정부는 이들한테서 단 한 푼의 세금도 받지 않고 있다. 오히려 탄자니아 정부는 외국 기업들에 인프라를 제공하고 다양한 형태로 세금을 면제해주는 등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인프라와 면세·감세 특혜를 줘야 한다는 논리다. 결국 탄자니아에 남는 것은 열악한 채굴 현장의 나쁜 일자리뿐이다.

선진국 그룹이 조세 불평등 문제에 미온적인 이유는 뭔가? 유엔 차원의 노력과 성과를 말해달라.

조모 유엔은 오래전부터 ‘국제조세협력포럼’을 설치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반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또 2012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와 세계 주요 20개국(G20) 회원국들이 국제조세 개혁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개도국들은 투표권이 없는 참관인 자격이어서 선진국 이익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진국은 자기 나라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에 대해서는 역내 절세법 등을 통해 다양한 세금 혜택을 준다. 반면 개도국 등 다른 나라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이 과세를 회피하거나 절세하는 데 대해서는 엄격하다. 현재의 불평등한 국제 조세 체계는 소폭의 수술로는 고칠 수 없다. 내가 속해 있는 유엔 산하 ‘국제적 기업과세 개혁을 위한 중립위원회’(ICRICT)가 내린 결론이기도 하다. 아디스아바바 총회에서 유엔은 ‘기업이 경제활동을 하는 국가’를 기준으로 과세권을 인정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또한 소수의 선진국 위주가 아니라 전체 유엔 회원국이 참여할 수 있는 유엔 산하의 과세 협력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선진국들의 반대로 소폭의 조세 개혁을 합의하는 데 그쳤다. 선진국에 의한, 선진국을 위한 현행 국제 질서를 유지하려는 기득권에 밀린 아쉬운 결과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이전과 달리 다양한 이해관계자, 특히 기업의 참여를 강조하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조모 기업들은 공적개발원조의 재원 확보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이 공적 영역에 개입하는 데 대한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제시되어야 한다. 사회·환경 분야의 공공 정책들은 종종 기업의 이해관계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적 영역에 대해서는 기업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기업의 역할과 공공성이 조화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은 불과 50여년 만에 국제개발협력의 수혜자에서 공여자로 발돋움했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와 관련해 한국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제언을 한다면.

조모 우선 우루과이라운드 등 국제적인 무역 협상에서 한국인들의 태도를 보면 ‘식량 안보’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수준이 높은 것 같다. 비슷한 처지의 개도국 등에 적잖은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한다. 두번째는 ‘산업화’다. 한국은 국제적으로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발전한 유일무이한 국가다. 산업화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지식, 자원을 갖고 있다. 성공한 산업화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개도국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공유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 안전망’이다. 사회보장제도라고 하면 유럽의 복지국가 수준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의 의료보험제도처럼, 개도국도 자국의 경제·사회 발전 정도에 따른 사회보장 정책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리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ekpark@hani.co.kr, 이시주 인턴연구원

지속가능발전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유엔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내년부터 2030년까지 이행할 범지구적 의제와 목표다. 올해는 2000년부터 유엔 회원국들이 이행해온 ‘새천년개발목표’(MDGs/Millenium Development Goals)가 끝나는 해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이를 대체하는 ‘포스트 2015년 개발의제’로, 지난해 7월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과제가 발표됐다. 빈곤 퇴치가 중점 과제였던 지난 목표와 달리, 경제적 성장과 사회적 포용 등 새로운 이슈들이 주요 과제로 제안됐다. 또한 목표 이행을 위한 재원 확보와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이 강조된 게 특징이다. 개발협력의 공여국 및 수원국, 시민사회와 전문가 등의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하는 단계다. 다음달 열리는 유엔 정상회의에서 공식 발표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미국서 또 항공기 추락…어린이 환자 태운 채 주택가로 떨어져 1.

미국서 또 항공기 추락…어린이 환자 태운 채 주택가로 떨어져

‘여객기 충돌’ 미군 헬기, 고위직 대피 비밀훈련 중이었다 2.

‘여객기 충돌’ 미군 헬기, 고위직 대피 비밀훈련 중이었다

50년 전에 인간이 갔던 달, 왜 다시 못 가나 3.

50년 전에 인간이 갔던 달, 왜 다시 못 가나

백악관, 캐나다·멕시코·중국산 제품에 1일부터 관세 부과 공식 발표 4.

백악관, 캐나다·멕시코·중국산 제품에 1일부터 관세 부과 공식 발표

미 필라델피아 쇼핑몰 인근에 항공기 추락 5.

미 필라델피아 쇼핑몰 인근에 항공기 추락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