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유엔총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로 하여금 북한 인권 문제의 책임자들을 국제 사법기구에 회부하도록 권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8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이 작성한 북한 인권 결의안 초안을 회원국들에 비공개로 회람한 것으로 확인됐다. 초안의 정확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올해 3월 유엔 인권이사회가 통과시킨 북한 인권 결의안을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이사회는 당시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반인도 범죄 책임자들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안보리가 이들을 국제 사법기구에 회부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제3위원회가 북한 인권 문제의 책임자들을 국제 사법기구에 회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을 담당하는 제3위원회는 회원국이 50여개국인 인권이사회와 달리 유엔 전 회원국을 포괄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통과된 결의안은 유엔총회에서 그대로 통과된다. 유엔 소식통은 “회원국 간에 논의를 거쳐 11월 말 결의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초안 내용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인도 범죄 책임자들의 국제 사법기구 회부는 유엔총회 결의만 갖고는 이뤄지지 않는다. 그 권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만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엔총회는 이번 결의에서 안보리가 이 안건을 다룰 것을 권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총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이 안건을 공식의제로 채택할지 여부는 안보리가 결정한다. 유엔 소식통은 “중국 같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한곳만 반대해도 안건으로 채택되는 것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3월 인권이사회의 결의안 채택 때도 중국·러시아 등 6개국이 반대한 바 있어, 이번에도 중국·러시아는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제 사법기구 회부가 사실상 어려울지라도 이를 추진하는 과정 자체가 북한에는 큰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3위원회는 지난해만해도 북한 인권 결의안을 회원국들 간의 컨센서스(합의)로 통과시켰으나, 올해는 민감한 내용들이 담기는 만큼 표결 절차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쪽이 7일 처음으로 유엔에서 인권 설명회를 개최한 것도 이런 점을 의식한 것이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는 이날 자국의 인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국제사회와의 대화 창구가 열려 있으며, 연내에 유럽연합과 대화 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