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안보리 5개국·독 협상 급진전
‘핵동결-제재해제’ 맞교환 등
‘3단계 해법’ 공감대 이룬 듯
가디언 “우라늄 저농축 인정 가능성”
케리 설득에도 이스라엘 강력 반발
‘핵동결-제재해제’ 맞교환 등
‘3단계 해법’ 공감대 이룬 듯
가디언 “우라늄 저농축 인정 가능성”
케리 설득에도 이스라엘 강력 반발
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틀 일정으로 개막된 이란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P5+1) 대표단 사이의 핵 협상이 급진전을 이루면서, 10년을 끌어온 이란 핵 개발을 둘러싼 국제적 갈등을 풀 합의안이 이르면 8일 오후(현지시각) 타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동·북아프리카를 순방중이던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해 프랑스·영국·독일 외교장관은 8일 속속 제네바로 날아들면서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전망을 뒷받침했다. 앞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첫날 협상을 마무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서방 쪽 태도에 따라 이번에 최종 합의에 이를 수도, 첫 단추만 끼울 수도 있다”며 “어찌됐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상 진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난 8월 온건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 취임 이후 달라진 이란의 협상 자세다. 개혁파인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 시절이던 2003년 10월부터 2005년 8월까지 초기 핵 협상을 이끌었던 로하니 대통령은 집권 직후부터 적극적인 협상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10월15~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사전 협상에서도 이란 쪽은 전례없이 적극적으로 협상 진전의 초석을 다졌다.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중이라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자리프 장관이 직접 각국 협상단 앞에서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1시간 이상 설명회를 했다. 당시 <워싱턴 포스트>는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따 “10년 남짓 협상을 해왔지만, 이 정도로 구체적으로 기술적인 논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10월 협상에서 이란 쪽은 ‘3단계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6개월 안에 이란은 핵 활동을 동결하고 협상 상대국들은 경제제재를 푸는 맞교환이 1단계다. 2010년부터 미국, 유럽 각국 등이 이란 원유 수출을 차단하는 등 경제제재를 대폭 강화하면서 이란 경제는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2단계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신뢰 구축 과정이다. 이 단계가 마무리되면,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이란 핵 프로그램의 평화적 용도를 확증하는 게 최종 3단계의 목표다. 7일 협상이 급진전을 이룬 것은 이런 이란의 제안을 협상 상대국들이 어느 정도 수용했음을 뜻한다.
제이 카니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란이 핵 활동을 동결하면) 제한적이고, 일시적이며, 언제든 번복 가능한 형태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풀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한을 두고 추진한다면, (제재 해제를) 포괄적이고 최종적인 핵 협상을 위한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막판 쟁점은 이란이 ‘넘을 수 없는 선’으로 규정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다. 이란 쪽은 “핵에너지 활용을 위해선 우라늄 농축을 중단할 수 없다”고 버티는 반면, 미국 등은 “쉽게 무기화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이에 반대하고 있다. <가디언>은 “서방 쪽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인정하는 대신, 농축 수준을 핵발전소 연료로 충분한 5% 이하로 제한하는 쪽으로 타협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급해진 건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를 극력 반대해온 이스라엘이다. 케리 장관은 제네바로 향하기 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설득에 나섰지만, 이스라엘 쪽의 반발을 무마하지 못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란은 아무런 양보도 없이, ‘세기의 협상’에 성공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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