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라가르드 재무장관 유력
성폭행 혐의를 받다 사임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후임으로 크리스틴 라가르드(55·사진) 프랑스 재무장관이 ‘대세’를 굳혀가는 가운데 브릭스 국가들이 ‘유럽의 총재 독점’에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국제통화기금 상임이사 5명은 24일 공동성명을 통해 “유럽인이 총재직을 계속해야 한다는 고위층 유럽 관리들의 최근 발언에 우려한다”며 “선진국에서 터진 최근 금융위기는 세계경제에서 개발도상국들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하는 쪽으로 국제금융기구들을 개혁할 절박성을 부각시켰다”고 지적했다. 이 기구의 총재직은 지금까지 유럽 출신 인사가 맡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프랑수아 바르웽 프랑스 정부 대변인 겸 예산장관은 중국 정부가 라가르드의 임명에 대해 호의적이라고 주장했다. 어차피 유럽이 최대 투표권을 갖고 있어, 이번 브릭스 성명은 ‘정치적 제스추어’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라가르드 장관은 25일 총재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과 독일 등 주요 유럽국가들은 이미 라가르드에 대한 지지에 합의했다. 이밖에 오거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가 24일 출마를 발표했고, 러시아 등 옛 소련 소속 국가들은 그리고리 마르첸코 카자흐스탄 중앙은행 총재를 지지하고 있다. 또 트레버 매누엘 전 남아공 재무장관도 후보로 거론된다. 국제통화기금은 3명의 총재 후보를 선정해, 내달 말까지 회원국들의 투표로 결정한다. 유럽은 이 기구 투표권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17%를 가지고 있는 미국은 암묵적으로는 유럽 쪽을 지지하나, 밀실협상에 대한 비난을 우려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않고 있다.
최초의 이 기구 여성 총재로 유력한 라가르드는 기업 소송 변호사 출신으로 로펌인 베이커앤매켄지의 프랑스 지사에 입사해 미국 본사 최고경영자까지 올랐다. 그는 2006년 프랑스로 돌아와 자크 시라크 정부의 통상장관에 임명되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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