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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기구·회의

칸쿤 기후회의 ‘파국은 막았다’

등록 2010-12-12 20:42수정 2010-12-13 08:01

진통 끝 녹색기금 조성 등 낮은 수준의 합의뒤 폐막
‘2012년 만료’ 교토의정서 대체 협약마련은 또 연기
멕시코 칸쿤에서 11일 폐막된 제16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가 비록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3년 만에 처음으로 ‘칸쿤합의’라는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로써 유엔을 통한 전지구적인 기후변화 논의의 틀은 생명의 끈을 이어가게 됐다.

2주동안 열린 칸쿤 회의에 참석한 194개국 대표들은 11일 폐막시간을 넘긴 밤샘 막판협상으로 통해 선진국들이 2020년까지 매년 1천억달러를 모금해 후진국들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할 ‘녹색기후기금’ 조성키로 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칸쿤합의’를 컨센서스로 채택했다.

공식폐막 예정일이었던 10일 오전까지만 해도 ‘기후변화회의 사망설’이 퍼질 만큼 전망이 밝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주최국인 멕시코의 중재노력 등에 힘입어 밤샘협상 끝에 합의안이 마련된 것은 성과로 꼽을 만하다. 볼리비아가 유일하게 “너무 미약한 합의”라며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표시했지만, 총회의장인 파트리샤 에스피노사 멕시코 외무장관이 “모든 국가가 힘들여 마련한 타협안을 한 국가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컨센서스를 통한 합의 채택을 선언했다.

그러나 칸쿤합의는 2012년 말 만료예정인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과는 거리가 멀다. 대표들은 “가능한 이른 시일 안에 교토의정서 연장에 관한 합의를 마무리 짓는다”는 데 합의하는 데 그쳐, 교토의정서 이후체제나 온실가스 감축목표 등 핵심과제에 대한 논의는 내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리는 차기 총회로 또다시 미뤄졌다.

산업혁명 이후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이 큰 선진산업국과 개도국간의 갈등 문제를 봉합한 녹색기후기금에 합의한 것은 의미가 적잖다. 기금은 매년 1천억달러씩 조성해 개도국의 산림 보호조처와 청정에너지 기술 이전,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고, 환경 기술을 개도국에 이전하는 데 사용된다. 녹색기후기금은 선진국과 개도국 진영에서 동수로 선출된 24명의 이사회가 주도하며, 출범 이후 첫 3년 동안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세계은행의 감시를 받도록 했다.

칸쿤 합의는 또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선진산업국들이 지구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앞으로 10년 안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5~40% 감축해야 한다는 과학자들의 권고를 인정했다. 이는 지난해 코펜하겐 기후회의에서도 제시된 내용이긴 하지만 올해 회의에서 볼리비아를 제외한 모든 참가국이 동의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기후협약 마련을 위한 기초를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합의에 대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은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지만 파국만은 면했다는 안도감이 더 커보인다. 국제적인 환경단체들도 녹색기후기금 조성 등의 성과에 대해선 환영하면서도 앞으로 해야할 일이 더 많다는 입장을 보였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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