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확산방지위해 세워
원전에 저농축 우라늄 공급
원전에 저농축 우라늄 공급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핵연료 은행’이 설립됐다.
러시아는 북한과 이란 같은 나라들로 핵무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세계 최초의 ‘국제 핵연료은행’을 설립했다고 1일 발표했다. 러시아 국영 원자력회사인 로사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아래 운영하는 이 핵연료은행은 핵발전을 필요로 하는 나라들의 민간 원자력발전소에 저농축 우라늄을 공급하게 된다.
시베리아의 안가르스크에 위치한 이 은행에는 현재 2~4.95%의 저농축 우라늄 120t이 비축돼 있다. 인구 1200만명 도시의 연간 전력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분량이다. 러시아 해외정보국 고위 관리를 지낸 겐나디 옙스타피예프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핵에너지 이용의 주된 문제점은 각국이 핵무기 개발에 전용할 수 있는 자체적인 핵연료 사이클(생산~농축~재처리)을 갖추려 한다는 점”이라며 “이 시설은 다른 나라들이 자체적으로 우라늄을 농축하는 위험을 줄이고자 하는 것으로 ‘핵무기 비확산’을 위한 통제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핵연료은행 구상은 2006년 1월 미국과 러시아가 전략핵감축 협상을 재개했을 때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처음 언급했다. 러시아는 이듬해인 2007년 9월 이를 국제원자력기구에 공식 제안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2008년에 원자력의 평화적 협력에 관한 협약인 ‘123협정’에 서명하면서 국제원자력기구를 통한 핵연료은행의 설립에 합의했다. 이번 안가르스크 은행은 2003년에 이란이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을 추진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 여러 나라가 설립을 제안한 10여개 후보지 중 처음으로 설립된 것이다.
일부 서방국가들은 핵연료은행이 우라늄 공급 차단 등을 통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지만, 지난달 국제원자력기구 표결에서 회원국 35개국 중 23개국의 지지로 설립이 승인됐다. 그러나 국제사회 일부에선 현재 러시아에 방대한 핵시설 네트워크를 안전하게 운용할 핵과학자나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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