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T 8차 평가회의…클린턴·아마디네자드 첫날 연설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수치스럽다.”
“국제사회가 (이란에) 강력하게 대응할 때다.”
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된 핵확산금지조약(NPT) 8차 평가회의 첫날부터 이란과 미국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참가국 가운데 유일하게 장관급 대신 직접 회의에 참석해 작심하고 미국을 비난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혐오스럽고, 치욕적이며, 더구나 그런 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더욱 수치스럽다”며 “유감스럽게도 미국은 핵무기를 사용했을뿐 아니라 이란을 포함해 다른 나라에 사용하겠다는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 행정부가 최근 ‘핵태세 검토 보고서’(NPR)에서 이란과 북한에 대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열어둔 것을 겨냥한 것이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미국 등이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주장하지만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단 하나의 신뢰할만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평화적인 목적의 핵개발을 전용할 것이라고 거짓 핑계를 내세워 압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15분 가까이 미국 등을 비난했고, 미국·영국·프랑스 등의 대표는 자리를 떴다.
오후 회의에서 연설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란에 대한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클린턴 장관은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 의무조항을 무시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라며 “이 때문에 이란의 고립과 압력이 깊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더 강력한 제재가 합의되기를 바란다”며, 핵확산금지조약의 조항을 위반하는 국가에 대한 ‘자동처벌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책임은 이란에 있다”며, 이란이 핵무기 개발의혹을 씻어내라고 촉구했다.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은 대이란 추가제재 방안을 마련하고 이르면 6월 안보리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