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라 ‘코펜하겐 갈등’
‘세계1, 2위 탄소 배출국’ 입장 정반대
중 “금전 지원 기대 안해” 변화 주목
‘세계1, 2위 탄소 배출국’ 입장 정반대
중 “금전 지원 기대 안해” 변화 주목
‘두 나라’는 1997년 12월 일본에서 개최된 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대립적 위치에 서지 않았다. 여러 개발도상국들 가운데 하나로서 중국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지 않는 ‘특혜’를 누렸다. 이후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 의회는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했다.
12년이 지난 지금 두 나라의 위치는 크게 변했다. 중국은 이제 미국(세계 2위)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등장했다. 두 나라의 배출량을 더하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둘 다 지구온난화의 최대 ‘주범’이다. 과거와 달리 미국은 탄소배출 감축량 목표치를 먼저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또한 개도국으로서 특혜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하지만 두 나라는 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리는 코펜하겐에서 정반대의 위치에 서있다. 한 나라는 선진국을 대표하고 다른 한 나라는 개발도상국을 대변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4일(현지시각) “이번 기후 정상회의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제적 대결이 중요한 축으로 형성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총회를 나흘 남겨둔 현재 중국과 미국의 갈등은 수면 위로 부상했다. 허야페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13일 “중국은 (기후협약의) 장애물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장애물은 선진국으로부터 나오고 있다”며 “나는 만약 합의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 책임을 중국에 물으려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이건 선진국들의 속임수다”라고 말했다. 특정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중국 쪽의 이런 태도는 전날 조나단 퍼싱 미국 기후변화 협상 대표의 발언에 맞선 대응으로 풀이된다. 조나단 퍼싱 대표는 “중국에 지원할 공공기금을 구상하고 있지 않다”며 “주요 개도국에 ‘특혜’를 줘선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과 같은 ‘주요 개도국’에까지 선진국이 지원하는 데 반대하고, 개도국 또한 법적 구속력 있는 탄소배출 감축량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중국은 개도국의 탄소 배출 감축 목표에도 법적 구속력을 부과해야 한다는 선진국의 요구에 한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 또한 아직까지 선진국들이 구체적으로 개도국에 대한 금전적 지원을 제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만에 하나 협상이 결렬될 경우 그 책임이 선진국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중국의 핑퐁식 주고받기가 협상을 둘러싼 갈등을 키우는 면도 있지만, ‘윈윈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등 선진국들의 압박에 중국은 지난 9월 피츠버그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탄소 배출 감축량을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시 중국을 비롯한 세계의 압박에 미국이 구체적인 탄소 배출 감축량을 내놓자, 곧바로 중국도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내놨다. 이는 다른 여러 선진국과 개도국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지구적 이슈에 대한 두 나라의 전략적 경쟁이 선진국과 신흥국들의 참여 확대를 견인하는 부수적 효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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