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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기구·회의

2시간30분…‘G2 이견’ 풀기엔 너무 짧았다

등록 2009-11-17 20:44수정 2009-11-17 21:57

중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인민해방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중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인민해방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미-중 정상회담
“북핵 6자회담 재개…기후협약 결실 노력” 합의
위안화절상·무역불균형·인권·티베트 이견 여전
후진타오 “중국 주권·내정불간섭 원칙 존중해야”
전세계의 시선이 쏠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17일 정상회담은 예정 시간을 40분 이상 넘겨 2시간30여분 만에 끝났다. 이날 오전 10시 베이징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천안문(톈안먼) 광장을 지나 인민대회당으로 들어선 오바마 대통령은, 기다리고 있던 후 주석과 함께 3군 의장대를 사열한 뒤 곧바로 회담장으로 들어섰고, 낮 12시40분이 넘어서야 500여명의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주요 2개국(G2) 시대, 세계 양대 강국은 양국 관계뿐 아니라 전세계의 주요 이슈를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힘겨운 줄다리기를 벌였다. 이는 중국이 세계무대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게 된 현실을 상징한다.

이날 기자회견과 공동성명에서 두 정상은 북핵 해법과 양국 간 신뢰구축 등에 대해 두 나라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인권과 티베트 문제, 위안화 환율, 중-미 무역마찰, 글로벌 불균형 해소 등에 대해서는 이견이 감춰지지 않았다. 상호 협력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양국의 ‘구동존이’(求同存異·공통점을 구하되 이견은 인정함)에 기초한 현실적 전략이 두드러졌다. 양국 관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미 관계가 지금만큼 중요했던 적은 없다”며 “기후변화, 핵 비확산, 경제회복 등 21세기의 도전은 한 나라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미국은 중국이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강조한 것도 두 정상의 합의가 강조된 대목이다.

그러나 미묘한 차이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은 다음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합의가 이뤄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공동의 책임이지만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는 원칙 아래에서 기후변화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며 선진국이 더 큰 책임을 질 것을 넌지시 촉구했다.

이란 핵문제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기회를 줬을 때 이란이 핵 프로그램이 평화롭고 투명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엄중한 후과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 후 주석은 “이란 핵문제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해야 중동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해 미국에 견줘 훨씬 완화된 표현을 썼다. 이란은 중국의 주요 에너지 공급국이다.

위안화 절상 문제에 대해 후진타오 주석은 침묵을 지켰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좀더 시장 친화적 환율”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내수를 확대하고 미국에 시장을 더 개방해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대해 후 주석은 “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각종 형식의 보호주의에 단호히 반대하고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해, 최근 미국이 타이어 등 중국산 제품에 잇따라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것을 비판했다.

인권과 티베트 문제에 대해서는 긴장감이 더욱 팽팽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상하이 타운홀미팅에 이어 다시 한번 “모든 인간, 모든 소수민족과 종교적 소수자가 보편적 권리를 누려야 한다”며 인권 문제를 강조했다. 하지만 그가 중국 정부가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도 “티베트는 중국의 일부”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은 인권단체들로부터 논란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후 주석은 “중국과 미국은 상황이 같지 않고 갈등과 이견이 존재하는 것은 정상”이라며 미국이 티베트, 대만 등에 대한 중국의 주권과 영토 통합, 내정불간섭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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