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아래 연단)가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기후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연합
기후변화 정상회의 폐막
오바마 ‘녹색성장 의지’ 재확인 불구 구체적 내용 없어
후진타오, 목표치 없이 “CO₂ 현저한 폭으로 줄이겠다”
일 하토야마 “빈국에 자금·기술 지원” 적극적 의지 보여
오바마 ‘녹색성장 의지’ 재확인 불구 구체적 내용 없어
후진타오, 목표치 없이 “CO₂ 현저한 폭으로 줄이겠다”
일 하토야마 “빈국에 자금·기술 지원” 적극적 의지 보여
22일(현지시각) 유엔 총회장에 모인 전 세계 100여국 정상들은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1992년 리우 기후정상회의에서 지구온난화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이래 17년만에 모인 세계 정상들은 일치된 행동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이번 회의를 소집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하루동안의 회의를 마친 뒤 “오늘 정상회의는 세계 지도자들의 도전에 대한 대응 의지와 12월 코펜하겐 회의에서의 실질 합의 도달에 대한 결의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반 총장은 코펜하겐 합의에는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빈국들에 대한 지원 강화 △선진국들의 야심찬 온실가스 방출 감축 목표 △개도국들의 적절한 감소 활동 △형평성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가지도자가 아니라 지구적 지도자”로서 역할을 촉구한 반 총장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86일 뒤 소집될 코펜하겐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전지구적 합의를 끌어낼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번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 등 최대 배출국들의 일부 진전된 약속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감축 목표 등 구체적 알맹이는 없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녹색성장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며, 조지 부시 전임 행정부와 차별성을 강조하는 선을 넘지 않았다. 화려한 언변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감소 목표보다는 국내 입법에 따르겠다는 입장에도 변화를 보이지 않았고, “개도국들의 강도높은 감축 조처”를 촉구하는 등 미국의 기존 입장을 벗어나지 않았다.
‘세계공장’으로서 미국을 제치고 최대배출국으로 등장한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녹색성장을 위한 중국의 4단계 접근을 발표해 진전된 내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구체적 목표치가 빠진 건 마찬가지였다. 2020년까지 2005년에 비해 “현저한 폭”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국민총생산 당 탄소배출에서 선진국들의 책임론을 강조해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감축 목표 합의가 쉽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또다른 걸림돌인 개도국에 대한 지원 문제는 유럽연합과 일본이 한목소리로 지원 확대안을 내놓으면서 돌파구 마련 가능성을 보였다.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1990년 대비 2020년까지 25%의 감축 목표치를 제시한 외에도 빈국들의 온실가스 방출 감축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과 기술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적극적 의지를 피력했다. 개도국 지원 문제는 24일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에서 더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코펜하겐 정상회의에 앞서 11월 중순 정상회의를 재소집할 것을 제안한 것도 최종 합의로 가는 길이 험난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코펜하겐의 성공을 위해선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 반 총장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우리의 항해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고 밝혔지만, 12월7일 정상회의까지 시간은 촉박하고 문제는 여전히 복잡하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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