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17일 열린 석유수출국기구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압둘라 사우디 국왕,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위해 모여 있다. 리야드/AP 연합
‘달러약세 우려’ 반영엔 친미국-반미국 이견…언급 안돼
석유수출국기구(오펙) 회원국 정상들은 18일 석유 증산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은 채 “원유를 신뢰할 만큼 충분히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이란 등 일부 국가들이 제기한 달러화의 약세에 대한 우려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틀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만난 정상들은 선언문에서 △세계 경제 안정을 위한 석유 공급의 안정화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친환경 기술 개발 노력 △기름값 안정을 위한 세계 평화의 중요성 등을 언급했다.
기름값이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번 회담에서는 석유의 정치적 무기화를 두고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반미 회원국과 사우디를 필두로 한 친미파 사이의 이견이 두드러졌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정상회의에 앞서 15∼16일 열린 장관급 회담에서 이란의 마누셰르 모타키 외무장관은 “오펙의 공동 선언문에 미 달러화의 약세에 대한 회원국의 우려를 언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반미 국가 베네수엘라도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최근 12개월 동안 달러화 가치가 15% 급락하면서, 석유 가격 책정과 이익 환수를 달러에 기대고 있는 오펙 회원국들의 수익률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사우드 알 파이잘 사우디 외무장관은 “오펙 회원국이 이를 논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달러화가 추가 하락될 수 있다”며 최종 합의문에 이런 내용을 반영하는 것을 거부했다.
기름값 상승 문제와 관련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정상회의 개막식 연설에서 “미국이 이란이나 베네수엘라를 침공할 만큼 제정신이 아닐 경우, 원유가가 1배럴당 150∼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어 배럴당 100달러가 ‘공정한 가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상회의 의장인 사우디의 압둘라 국왕은 “석유는 건설을 위한 에너지인 만큼, 분쟁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해 또 한번 의견을 달리했다.
오펙은 증산 문제를 다음달 아부다비 회의로 연기했다. 앞서 16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전날 종가에 비해 1.67달러 오른 배럴당 95.10달러였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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