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등 연정내 좌파정당 반대
인도와 미국의 핵협정이 걸림돌을 만났다. 미국 쪽에서는 부시 행정부의 최대 외교성과로 꼽히는 협정이지만, 미 정부의 과도한 영향력을 우려한 인도의 좌파 정당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22일 미국과 핵협정 후속 조처 실행을 11월16일까지 보류하기로 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이날 프라나브 무케르지 인도 외무장관은 정부와 집권연정(UPA) 내 좌파 정당의 연석회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추가 회의가 예정된 다음달 16일까지는 협정이 실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협정 강행 시 연정 해체 및 조기총선 추진을 선언한 (연정 내) 좌파 정당들의 강력한 요구에, 지난주부터 싱 총리의 집권연정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이날 싱 총리는 집권연정 지도자들과 따로 만나 핵협정에 반대하는 연정 내 일부 세력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그는 지난주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다소 문제가 있으며, 누군가는 어느 정도 실망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싱 총리는 연간 9%에 이르는 인도의 경제발전 속도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 핵 에너지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가입을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받고 있는 ‘핵확산금지조약(NPT) 미가입’ 비난을 희석시키겠다는 목적도 있다.
그러나 인도공산당(CPM) 등 집권연정 내 좌파 정당들은 핵협정이 불공정한 협정이라며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핵협정이 인도의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 능력을 제약할 것이며, 미국은 핵협력을 통해 인도 외교정책에 영향력 행사를 노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과 민간 핵협정 체결에 이어 인도는 다음달 국제원자력기구와 세이프가드(안전보장조처) 협상에 나서는 등 후속 조처를 이어갈 예정이었으나, 좌파 정당들의 반대로 중단된 상태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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