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미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3국 정상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3자 회동을 가져 미묘한 파장을 빚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3각동맹’을 과시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존 하워드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는 8일 아침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회동해 인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한다는 전략을 집중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렉산더 다우너 오스트레일리아 외무장관은 “다양한 현안을 다뤘지만, 인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지정학적으로 차지하는 중요성을 집중 논의했다”고 밝혔다. 3국은 중국을 고립시키는 게 목적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회담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궁금증을 부추겼다. <에이피>(AP) 통신은 “미국과 일본으로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성장에 맞서 세력균형을 이루기 위해 인도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게 우선 과제가 돼왔다”고 8일 보도했다.

중국을 포위하는 미·일·오 3각 동맹은 최근 움직임이 빨라졌다. 미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는 4일 인도 벵골만에서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은 중국이 인도양에서 해군력을 증강시키고 있는 데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뤄졌다. 3각 동맹이 인도를 합류시키는 4각 동맹으로 확대되면, 중국에 대한 압박의 강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날 회담은 아베 총리의 요청으로 열렸으며,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는 지난 3월 안보공동성명을 발표해 두 나라 관계를 강화했다.

중국은 이런 흐름을 중국 포위전략으로 받아들이고 3국 정상회담을 비난했다. 류첸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역 안보는 아시아태평양의 모든 회원국이 참여한 가운데 논의돼야 한다”며 “배타성이 아니라 평등에 기반해 상호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한테 무엇을 걱정하는지 물어봐야 한다”며 “중국의 성장에 누구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에이피>(AP) 통신은 중국이 “이들 나라가 중국의 야망을 견제하기 위해 함께 움직이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전통적으로 중국의 경쟁자인 인도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의심을 짙게 만들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러시아와 결속을 다지고 있다. 두 나라는 최근 러시아 우랄산맥에서 대규모 상하이협력기구(SCO) 합동 군사훈련을 치르는 등 관계를 다지고 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했다. 푸틴 대통령은 후진타오 주석에게 “우리들은 최고 수준의 중-러 관계를 만들어낸 업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만간 인도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나 3각 동맹에 참여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오스트레일리아 외무장관 등이 밝혔다. 고주 무라타 일본 도시샤대 교수는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3국 정상 모두 국내정치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순배 기자, 도쿄/김도형 특파원 marco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