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8개월만에 60%↑…식량농업기구 ‘사회불안’ 경고
개발도상국들이 곡물 가격 급등으로 심각한 사회불안에 직면해 있다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경고했다.
자크 디우프 식량농업기구 사무총장은 6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밀, 옥수수와 같은 기본 곡물의 수입 가격이 치솟아 (개발도상국들에) 잠재적 사회 긴장을 유발하고, 궁극적으로 정치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우프 사무총장은 특히 “선진국에선 소비 지출에서 곡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10~20%밖에 되지 않지만, 일부 개도국에서는 65%에 이르기도 한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번주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밀의 국제 시세는 올 1월에 비해 60%나 오른 1부셸(약 35ℓ)당 8.86달러에 이르렀다. 우유 등 낙농제품의 가격도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인도나 이집트 등은 곡물 수입에 기록적인 지출을 하고 있으며, 곡물 거래업자들은 앞다퉈 곡물 선물 거래에 나서고 있다. 이미 일부 나라에서는 곡물 가격 상승이 가계 부담을 더해주는 차원을 넘어 사회 불안을 조장하는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올초 옥수수로 만든 전병인 ‘또르띠야’의 가격이 급등하자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곡물 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개발도상국들의 곡물 수요 증가 △세계적 인구 증가 △기후변화에 따른 잦은 홍수와 가뭄 △곡물을 원료로 한 바이오 연료 산업의 성장 등 ‘상승 요인’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디우프 사무총장은 바이오 연료 산업이 직접적으로는 옥수수나 유채 같은 특정 품목의 소비만 증가시키지만, 이에 따른 파급 효과는 다른 곡물 가격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연료용이 아닌 곡물의 재배 면적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가축 사료용 곡물 비용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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