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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기구·회의

취임 100일 맞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록 2007-04-09 02:38

분쟁해결사 역할 강행군..유엔 개혁도 탄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0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1월2일 취임식을 가진 이후 세계 분쟁의 해결과 유엔 사무국 개혁을 위해 강행군을 한 반 총장에게 지난 100일은 세계 최고의 외교관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도전의 시간이었다.

수단의 다르푸르사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등 아프리카와 중동의 지역분쟁은 반 총장이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섰던 최우선 현안이었다. 반 총장은 이를 위해 아프리카와 중동을 방문해 각국의 정상들과 잇따라 만나 중재 방안을 논의하면서 해결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또한 방만한 운영으로 지적을 받아온 유엔 사무국 개혁도 솔선수범하고 나서 회원국의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취임초 반 총장의 지도력에 대한 의구심 등을 내비치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했던 세계의 주요 언론들도 최근에는 반 총장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 분쟁해결을 위한 강행군 = 반 총장은 취임 직후 다르푸르 사태 등 지역 분쟁 해결을 자신의 최우선 현안이라고 밝혔듯이 지난 100일간 지역 분쟁해결을 위해 누구보다도 바쁘게 움직였다.

반 총장은 1월23일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콩고민주공화국, 콩고공화국, 에티오피아, 케냐 등 7개국을 방문하는 9박10일간의 출장에 나선 것을 비롯해 그동안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을 방문하는 3차례의 출장을 통해 국제 외교무대에서 분쟁해결사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했다.

지난 1월 유럽.아프리카 출장에서는 레바논 재건 지원방안을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등과 논의한뒤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에 참석해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과 다르푸르 사태 해결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또한 최근에는 이라크를 비롯해 중동.아프리카 7개국을 방문하고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등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문제 해결에 나서기도 했다.

반 총장은 깜짝 방문한 이라크에서 누리 알-말리키 총리와 기자회견을 갖던 중 인근에서 폭탄이 터지는 사건을 겪기도 했지만 출장 일정을 예정대로 강행, 분쟁해결사 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반 총장은 특히 1월의 아프리카 출장에 이어 이번 중동출장에서도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과 만나 다르푸르 사태 해결방안의 진전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반 총장은 지난달 28일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 알-바시르 대통령과 만난뒤 대표단을 아프리카에 보내 평화유지군 파견을 포함한 사항을 논의키로 했다면서 "다르푸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출장 때는 물론 유엔본부에서 집무를 할 때도 일정이 분 단위로 쪼개질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출장에서 반 총장을 수행하는 유엔 직원들이 버거워할 정도다.

반 총장이 출장에서 만난 각국 정상들만 해도 그 이름을 모두 거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아프리카연합 정상회의에서 따로 회담을 한 정상들도 20여명에 달하고 이번 중동출장에서도 20여개국의 정상과 회담을 가졌다.

유엔 관계자는 "반 총장이 출장 기간 비행기 안에서도 다음 일정을 준비해야 하는 관계로 눈을 붙일 틈이 없다"고 설명했다.

반 총장은 이번 중동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동행한 기자들에게 "그동안 회원국들과의 관계를 설정하는데 어려운 점도 있었고 성취감을 느끼는 점도 있었다"며 " 비교적 초기에 회원국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 탄력받는 유엔 개혁 = 취임 직후부터 유엔 사무국 조직과 일하는 문화의 개선에 나선 반 총장의 유엔 개혁도 탄력을 받고 있다.

반 총장은 유엔 직원들의 이동성 및 멀티태스크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뉴욕의 본부 자리를 현장 직원들에게도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고, 우선 자신이 솔선수범하는 차원에서 사무총장실부터 13개 자리를 개방했다.

그 결과 유엔의 전세계 현장에서 근무하는 1천300여명의 직원이 사무총장실 근무를 지원할 정도로 현장 직원들로부터 커다란 호응을 얻기도 했다.

반 총장은 또 취임 직후 자신의 재산을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유엔의 다른 고위직들도 재산을 공개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반 총장의 유엔 개혁은 지난달 15일 평화유지국 분리 등 사무국 조직개편 기본계획 결의안이 총회에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됨으로써 더 큰 힘을 얻게 됐다.

반 총장은 취임 이후 비대한 유엔 조직을 효율화하고 업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개혁작업의 일환으로 평화유지국을 둘로 나눠 지원 기능을 담당하는 전담 국을 만들고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군축국을 사무총장 직속의 군축실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해 왔으나 개도국과 비동맥국 등의 반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반 총장은 이후 거의 모든 회원국 대표들을 만나 평화유지국 분리의 불가피성 등을 설명하는 노력을 펼친 결과 192개 유엔 회원국들의 지지를 얻는데 성공, 결국 총회의 승인을 받기에 이르렀다.

김원수 유엔 사무총장 특보는 "조직개편안의 채택은 반 총장이 추진한 유엔 개혁의 첫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반 총장이 이를 통해 유엔의 다른 현안 해결에 더 힘을 쏟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 총장이 분쟁해결과 유엔 개혁에 적극 나서면서 취임 초에 반 총장에게 따뜻하지 않았던 주요 언론들의 반응도 달라지고 있다.

반 총장은 1월2일 첫 출근시 기자들에게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 처형과 관련해 "사형은 각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가 아직 외무장관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언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고, 사무부총장과 사무차장 인선과 관련해서도 언론의 호평은 받지 못했었다.

그러나 반 총장의 유엔 개혁 등이 실제로 실행에 옮겨지자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월28일자 신문에서 반 총장이 직원들의 경쟁을 강화하고 자신의 사무실부터 일부 직위의 임기보장을 없애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나태함과 비대함이 지배해온 유엔의 분위기를 쇄신하는데 나섰다고 다루기도 했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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