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프리카 포럼 7일 서울서 개막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 한국이 손을 내민다. 아프리카 25개국 대표단을 초청해 7일 서울에서 여는 ‘제1회 한-아프리카 포럼’은 한국이 아프리카를 향해 본격적으로 나아가는 첫 발걸음이다. 이 포럼은 3월 노무현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길에 발표한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한국 이니셔티브’에 따른 것이다.
한국의 ‘아프리카 냉소주의’=2005년 한국 상품 수출에서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비중은 1.7%(91.5억달러)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규모가 작기도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아프리카에 무관심한 것도 큰 이유라고 지적한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번 포럼을 준비하면서 한국 기업인들과 아프리카 경제인들이 만나는 비즈니스 포럼을 구성하려고 경제단체들에 문의를 했지만 냉담한 반응만 돌아왔다”고 털어놨다.
중국도 1995년까진 아프리카 시장 점유율이 2%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적극적인 노력을 해, 10년 동안 교역규모가 10배나 늘어 올해 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3~5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아프리카 정상회담엔 아프리카 53개국 중 41개국 정상을 비롯한 48개국 대표단이 참가했다. ‘아프리카가 중국으로 이사해 왔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런 성과는 단기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그동안 여러 번의 각료급 회담과 비즈니스 포럼, 정상 방문 등을 통해 다져진 결과다.
반면 한국은 3월 노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이 한국 정상으로는 25년 만이었다. 한국은 수입 석유, 특히 중동산 원유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지만, 새로운 석유 공급지로 떠오른 아프리카에 대한 접근 노력은 부족했다. 지난 6년간 평균 석유 수입처를 보면, 중동에서 77.7%, 아시아에서 14.1%를 들여왔다. 아프리카에선 5.07%만을 들여왔다. 중국은 2004년 수입 원유의 28.7%를 아프리카에서 들여왔으며,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닌 앙골라가 최대 원유수입국이다. 아프리카의 원유 매장량은 1122억배럴(전세계의 10%)지만, 개발되지 않은 곳이 많아 중동에 버금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프리카 이니셔티브’ 실천에 초점=이번 포럼은 이런 열악한 현실에서 한국 외교가 아프리카와의 협력 틀을 마련하는 전환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포럼에서는 3월 한국 정부가 발표한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한국 이니셔티브’를 실천할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 안에는 아프리카에 대한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를 2008년까지 현재의 3배인 1억달러로 확대하고, 식민통치와 전쟁을 겪고도 경제개발을 이뤄낸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 3년 동안 아프리카 젊은 지도자 1천명의 교육을 지원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투자계획이나 추가 지원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일본은 93년부터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를 발족해 지금까지 120억달러의 원조를 제공했고, 2005년엔 2007년까지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를 2배(GDP의 0.7%)로 늘리는 내용의 아프리카 개발 정책을 발표했다. 프랑스는 공적개발원조의 70%를 아프리카에 지원하고 있다. 이와 견주면 한국의 갈길은 너무 멀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이나 일본처럼 물량 공세를 펼 수는 없지만, 이번 포럼을 계기로 약속한 계획을 착실하게 실천하면서 거리를 좁혀가겠다”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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