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베네수엘라 대통령 연설
미 일방주의 외교·부시에 맹공
WSJ “웃음과 박수갈채 받아”
미 일방주의 외교·부시에 맹공
WSJ “웃음과 박수갈채 받아”
올해 유엔총회에서 가장 유명세를 떨친 것은 ‘반미 정서’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 대표적인 반미주의자로 꼽혀온 정상들이 이번 유엔총회를 통해 미국 외교정책과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총회 첫날인 19일,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인 것임을 강조하며, “유엔 안보리가 미국 때문에 무기력해졌다”고 비난했다. 모랄레스 대통령도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던 중 주머니에서 코카잎을 꺼내 흔들며 미국의 마약금지 정책을 비난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연례 마약보고서에서 볼리비아를 주요 마약 생산 및 유통 국가로 지목한 바 있다. 모랄레스는 “과학적으로 코카잎은 사람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총회에서 청중을 가장 사로잡은 것은 부시 대통령을 ‘악마’라고 비난하고, 현 유엔 체제가 쓸모없다고 지적한 20일 차베스 대통령의 연설이었다. 청중들은 전날 부시 대통령의 연설엔 시들한 반응을 보였지만, 차베스가 연설을 하는 동안엔 웃음과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이 신문은 “예상과는 달리 훨신 중도적인 브라질과 멕시코 대통령도 그런 분위기를 보였다”고 밝혔다.
부시를 겨냥한 차베스의 극언에 미국은 “국가 원수에 어울리지 않는 말”(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라거나, “차베스 대통령은 자국 국민들에겐 그런 표현의 자유를 주지 못하고 있다”(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 대사)고 반박했다. 그러나 내년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입을 위해 애쓰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128개국의 지지를 얻어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될 것 같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망했다.
워싱턴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남미 전문가 마크 웨이스브로트는 “(미국에 비난을 퍼부은) 이들을 단지 문외한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틀렸다”며 “그들은 다른 많은 나라의 정상들이 생각만 하고 있던 것을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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