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여전히 회원국중 1위…복지비도 바닥 수준
“외환위기 단초”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 평가 갈려
“외환위기 단초”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 평가 갈려
‘삶의 질’ 제자리
지난 1996년 10월1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이사회는 한국의 가입을 결정하고 당시 김영삼 정부는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고 자랑했다.
10년이 지난 오늘 “현재 한국경제 위기를 불러온 불행의 시작”이라는 비판의 목소리와 “우리 경제가 글로벌 스탠다드를 도입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엇갈린다.
삶의 질은 제자리 OECD가입 이후 10년동안 우리 경제의 덩치는 커졌다.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7875억달러로 96년의 5574억달러에 비해 41.3% 증가했다. 수출액도 1297억달러에서 2844억달러로 119.3%나 증가했다. GDP 대비 교역의 비중도 1996년 29.6%에서 2004년 41.9%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OECD 30개 회원국과 비교한 순위는 별로 변하지 않았다. OECD 구매력평가 환율(각국 통화의 구매력을 비교해 결정한 환율)을 적용한 GDP는 1996년 OECD 내 10위에서 2004년에는 9위로 한단계 올라갔다. 1인당 GDP는 1996년 1만3843달러로 22위였으나 2004년에는 2만907달러로 23위로 물러섰다. 특히 국민의 삶의 질은 제자리 걸음이다. 연간 근로시간은 1996년 2648시간에서 2004년 2423시간으로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1위다. 민간부문의 노동생산성은 10년동안 평균 3.5% 상승해 4위를 차지했지만 1인당 보수 증가율은 평균 5.0%로 9위에 머물렀다. GDP대비 복지 비용은 2005년 8.6%로 OECD 평균인 20.9%(2001년 기준)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위기의 시작’이냐 ‘선진화의 이정표’냐 OECD 가입은 세계화와 개방이라는 우리 경제의 큰 흐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1990년대 중반 금융시장 개방, 1996년 OECD 가입, 1997년 외환위기,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개시 등이 모두 그 흐름 속에 있다.
정승일 국민대 교수(경제학부)는 “OECD 가입조건을 충족시키려고 금융감독장치도 없는 상태에서 금융개방을 했고 이것이 결국 외환위기까지 불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OECD 가입 이후 신자유주의, 주주자본주의 물결이 더욱 거세졌고 이런 흐름이 양극화, 투자부진, 내수침체 등 현재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가져왔다”며 “재경부 관료 등 개방론자들이 OECD 가입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까지 이 흐름을 주도하는 세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위기는 관치금융, 재벌체제 등 우리경제의 오랜 문제점이 누적돼 발생한 것이지 OECD 가입이 원인이 됐다고 보기 힘들다”며 “오히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OECD의 정책권고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OECD에 가입함으로써 우리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뭔지를 알게 되고 이를 따르려는 노력을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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