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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기구·회의

DDA 협상 결렬로 WTO 체제 약화되나

등록 2006-07-25 09:25

지역·쌍무 FTA 집중 전망..미-EU, 특히 아시아 겨냥할 듯
금융시장에도 악재..WTO 위상추락 불가피
당초 예정된 협상 시한을 2년여 넘기면서 지난 5년간 지리하게 이어져온 세계무역기구(WTO) 도하 라운드 협상이 24일(이하 현지시각) 끝내 결렬된 것으로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이 선언함에 따라 WTO 자유무역 협상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전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간의 농업 보조금과 농업 관세 싸움에 개도권의 공산품 관세가 맞물리는 이른바 `철의 삼각지대'를 절충하는데 결국 실패한 상황에서 서로가 결렬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으나 최대 걸림돌은 미국이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미국은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연내 타결되지 않으면 안되도록 시간에 쫓기게 만든 장본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미 의회가 백악관에 부여하고 있는 무역협상 `신속처리권'이 내년 7월 종료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타결한 대외무역협상 내용을 손질하지 못하고 찬반 여부만 표결토록 돼있는 이 조치는 의회의 보호주의 성향 때문에 내년 7월 이후 연장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따라서 지난 23일 이틀 일정으로 제네바에서 어렵사리 열린 협상 6강(G6) 각료회담에서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으나 끝내 합의점을 마련하지 못했다. 협상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도 몇달 후는 이미 물건너 갔으며 현실적으로 몇년 후에나 실현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회의적인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4일 온라인판에서 '도하 라운드가 죽었나'란 제목의 분석을 통해 WTO 자유무역협상의 향후를 전망했다.

포브스는 DDA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지역 혹은 쌍무 자유무역협정(FTA)에 더욱 박차가 가해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지역 혹은 쌍무 FTA는 DDA 협상과 궤(軌)를 달리한다는 우려 속에서도 WTO 149개 회원국간에 몽골만 제외하고 모두가 체결하는 `이율배반적' 이슈였다. 이 때문에 라미 총장은 지난 11일 WTO 차원에서 처음으로 기존의 지역 혹은 쌍무 FTA 실태를 전면 검토키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포브스는 결국 결렬됐지만 DDA 협상이 149개 회원국 전체의 이해 관계를 조율해 최대 공약수를 만들어 내려는 시도였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지역과 쌍무 FTA의 경우 성격상 배타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전세계 차원에서 볼 때 보호주의 색채를 띨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또 강대국과 약소국간에 불평등 협정이 될 소지도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말이 자유무역협정이지 '차별무역협정'으로 전락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도하 라운드 이전의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도 지난 90년 지금처럼 막판에 결렬된 전력이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즉 그 때도 농업 보조금이 최대 난제였으나 당시는 미국과 EU간에만 마찰이 있었던데 반해 이번에는 국제경제무대에서 급부상한 신흥 개도권의 입김도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인도와 브라질이 거명됐다. 인도와 브라질은 제네바 G6 각료회담에 미국, EU, 호주 및 일본과 함께 나란히 참석해 개도권의 입장을 대변했다.

포브스는 급성장한 이들 신흥 개도국이 수출 주도형 경제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점도 DDA 협상 결렬에 또다른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 점에서도 과거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결렬 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그러나 개도권의 입김이 거세진 반면 협상 결렬로 입게될 타격도 상대적으로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로이터는 DDA 협상이 타결될 경우 국제무역에서 새로 창출되는 부(富)가 한해 2천870억달러 가량인 것으로 세계은행이 지난해 예측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것이 6천600만명이 빈곤에서 빠져나오게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된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협상 결렬의 최대 피해자가 아프리카이며 브라질과 인도, 그리고 남아공 등도 미국과 EU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충격을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금융시장도 DDA 협상 결렬에 무거운 반응을 보였다.

런던 소재 모를리 펀드의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이전에도 무역협상들이 결렬되곤 했으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면서 "무역 자유화를 향한 선의가 실종됐다는 점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도나도 앞다퉈 지역 혹은 쌍무 FTA에 매진함으로써 사실상 보호주의 물결이 또다시 거세지게 됐다고 우려했다.

실제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무역장관은 협상 결렬 후 로이터와 회견하면서 "프랑스가 지역 성격의 다자간 무역협상에 진작 착수했어야 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워싱턴을 방문한 대만 고위 관리도 로이터에 "대만이 미국과 FTA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 및 멕시코와 이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하고 있는 캐나다도 대미 교역에 더 비중을 둘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런던 소재 PIMCO 유럽의 대표도 로이터에 "보호주의가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한다"면서 여기에 "통화정책 오류와 증세, 그리고 규제 강화까지 겹치면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런 요소들이 "금융시장에 모두 부정적인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그렇다고 제네바 협상 결렬이 즉각 증시나 채권시장에 타격을 가하지는 않을 것이나 최근 갈수록 완연해지는 전세계적인 인플레 추세도 감안하면 결코 밝게 전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시장의 성격상 개방에 제동이 걸린 것도 완연한 부정적 변수라고 덧붙였다.

AFP는 미국 의회 중진들을 인용해 미국이 향후 특히 쌍무 FTA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주요 교역국인 한국과 말레이시아 등이 주요 타킷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EU가 그간 DDA 협상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특히 아시아를 별도 공략하겠다는 점을 강조해왔음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DDA 협상이 결렬된 상황에서 미국과 EU간 대(對)아시아 `FTA 전쟁'도 예고된다고 지적했다.

DDA 협상 결렬에 따른 WTO 위상 실추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포브스는 지난 95년 출범한 WTO에 대해 그간 WTO 제소에서 적지않은 패배를 맛본 미국 쪽에서 반감이 만만치 않아왔음을 상기시키면서 제네바 협상 결렬을 계기로 미국내 반 WTO 감정이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WTO 규정에 따라 회원국들이 매년 농업을 포함한 각종 보조금 현황을 WTO 사무국에 보고하도록 돼있으나 실제 보고되는 비율은 채 50%도 못되며 그나마도 '부실한 통계치'가 많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라미 총장은 24일 발표된 보고서에서 이런 회원국들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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