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남태평양에 차관·원조로 영향력 확대
미국·영국 등 “세계은행 통해야” 공동대응 나서
미국·영국 등 “세계은행 통해야” 공동대응 나서
‘중국의 영역 침범을 두고볼 수 없다?’
중국이 차관과 원조를 미끼로 아프리카 등지에서 자원외교를 강화하는 것을 두고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 재무장관들이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차관 쏟아붓기가 이 나라들을 다시 빚더미에 올려놓는다는 주장이지만, 자신들의 ‘영역 침범’에 대한 우려가 바탕에 깔린 것으로 들린다.
다음달 러시아에서 열릴 주요 8개국(G8: 미국·프랑스·영국·캐나다·이탈리아·독일·일본+러시아) 정상회담을 앞두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난 8개국 재무장관들은 10일, 중국을 비롯한 선두권 개발도상국들이 아프리카에 지나친 차관과 수출신용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저개발 국가가 감당할 수 없는 채무를 지지 않게 해야 한다”며 “차관 공여국들은 채무국의 상환능력을 고려하고 공여국끼리 정보를 교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채 증가가 1970~80년대 남미의 상황을 재연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성명이 주로 겨냥한 것은 중국이며, 인도, 브라질, 한국 등이 저개발국들을 상대로 한 수출신용 제공도 문제로 지적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등은 지난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이 42개국의 빚 600여억달러를 탕감해 준 점을 지적했다. 에너지가격 상승에 국고가 풍성해진 러시아는 이번 회담 직전 아프리카 나라들의 빚 7억달러를 면제해 주겠다고 발표했다.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은 “가까스로 끊은 차관 제공과 탕감이라는 악순환이 재발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회담에 참석한 폴 월포위츠 세계은행 총재도 “저개발국 국민들의 현실적 필요에 맞추려면 (중국을 비롯한) 새로운 개발 파트너들이 전통적 원조국가들과 협력해야 하고, 그래야 자금이 정치적 목적이 아닌 개발에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저개발국가를 상대로 한 차관과 원조 제공 때 세계은행을 통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중국은 독자적으로 차관과 원조를 내세워 활발한 자원외교를 벌여 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3년간 아프리카에 100억달러의 규모의 차관과 수출신용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은행 등의 부채 탕감 수혜국인 가나와 모잠비크의 댐 건설 비용도 조달해 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원유 등 원자재 확보를 위한 환심 사기와 영향력 확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한 데 이어, 오는 17일부터는 원자바오 총리가 7개국을 종횡으로 누비게 된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은 대만의 수교국이 밀집한 남태평양의 바투아누, 솔로몬, 키리바티 등에서 원조와 투자를 내세운 ‘달러 외교’를 벌이고 있다. 25개국에 불과한 대만의 수교국들을 떨궈내려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남태평양에 군사시설을 둔 미국의 위협에 대응하려는 목적도 지닌 것으로 비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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