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이 18일(미국 현지시각)부터 시작된다. 지난해 9월 두 나라의 견해차와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으로 정상회담이 연기된 지 7개월여 만이다. 그러나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에서 친밀감을 과시했던 2002년 10월 부시-장쩌민 회담 때와 같은 분위기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많다. 통상·인권 등 두 나라 사이에 여러 현안이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의견을 접근시키기 쉽지 않은 탓이다.
한반도문제, 거론하되 진전 없을 듯
“북핵 등 한반도 문제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다룰 핵심 의제 목록의 앞쪽에 들기 어렵다. (그것 말고도)두 나라 정상이 양자 차원에서 풀어야 할 의제가 너무 많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오는 20일(미국 현지시각)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등 한반도 관련 사항이 밀도있게 논의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화기애애하지 못한 분위기’에서 제한된 시간 동안 양국 현안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북핵 6자회담 등과 관련해 ‘덕담’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전망이다.
그래도 두 정상이 북핵 등 한반도 문제를 그냥 건너뛸 것 같지는 않다. 우선 로버트 졸릭 미 국무부 부장관과 다이빙궈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 사이에 세차례에 걸쳐 이뤄진 ‘미-중 고위 (전략)대화’의 성과를 토대로, 한반도 정세 및 미래와 관련해 포괄적인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졸릭 부장관은 ‘고위 대화’에서 “우리(미국)에게도 좋고 중국에도 좋은 한반도 장래 시나리오를 고려해 보라고 중국에 촉구”한 바 있다. 그는 또 “북한이 중국식 경제발전 모델을 택한다면 유익할 것”이라거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일정이 경제개혁의 추진을 뜻하는지 중국 정부한테 듣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논의의 방향을 담아낼 6자회담이 개점도 못하고 휴업상태인지라, 다분히 원론적인 협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6자회담 재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와 같은 구체적인 사안들은 테이블에 오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민주주의와 자유의 확산’을 대외정책의 핵심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후 주석에게 중국 정부의 인권 개선 노력을 촉구하며, 중국 내 탈북자 인권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두 정상이 의견일치를 보기 어려운 쟁점이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이날 국회에서 “ (미-중 정상회담이 6자회담에) 돌파구 구실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조심스럽다”라고 ‘소극적 전망’을 한 것도 이런 사정 탓으로 이해된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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